국세청, 富 편법이전 혐의 227명 포착
고액대출로 부동산 취득…부모가 대납
◆…박재형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3일 대출을 이용한 부를 편법 대물림한 탈세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 국세청)
#. 소득이 적은 일용근로자인 A씨는 수십억원 상당 부동산을 여러 개 사들였다. 그런데 대출금을 제외하고 취득자금 출처가 분명하지 못했다. 국세청이 이를 조사한 결과, 모친이 본인 소유 부동산을 양도하고 그 양도대금을 편법으로 증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다시 말해, 어머니가 자녀의 부동산 취득비용(또는 대출이자)을 대신 납부했다는 소리다. 명품 쇼핑이나 해외여행을 빈번하게 다니면서 발생한 고액의 신용카드대금도 어머니가 대신 내줬다. 국세청은 A씨에 대한 자금출처조사를 착수했다.
국세청은 고액대출로 부동산이나 주식 등을 취득하고 이른바 '부모찬스'를 이용한 편법증여 혐의자 227명(연소자)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3일 밝혔다.
국세청은 "일부 부유층은 재산취득과 소비생활은 물론 대출상환에 이르기까지 모두 부모의 경제력을 이용하면서도 이를 교묘히 은폐하는 등 변칙적인 탈루행위를 통해 정당한 세부담 없이 부를 이전하고 자산양극화를 심화시켜 국민들에게 상실감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모친이 부동산 취득자금 편법 증여 및 대출이자, 고액의 신용카드 대금을 대신 상환한 사례, 자료 국세청)
탈루유형별로는 '금수저 엄카족'이 41명이었다. 국세청의 조사착수 사례를 보면, 이들은 본인의 소득은 고스란히 주식·부동산 취득 등 재테크에 투자해서 많은 재산을 축적했으나, 실상은 부모가 대출을 상환하거나 사치성 소비생활도 부모 카드로 해결한 경우다.
실제 국세청이 무자력자 B씨·동생 C씨의 부동산 취득자금 출처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전문직 고소득자인 부친으로부터 아파트 취득자금과 오피스텔 전세보증금을 편법으로 증여받았다. 대출이자나 원금도 대신 상환해줬다. 게다가 부친의 사업장에서 근무하지도 않으면서 가공급여도 지급받고, 부친 명의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사치(명품쇼핑 등)를 일삼았다.
◆…(자녀가 대출받은 금융채무의 이자 및 원금 대부분을 부모가 상환했음에도 근저당권을 유지해서 채무상환 사실을 은닉한 사례, 자료 국세청)
부담부증여로 물려받은 부동산의 담보대출을 부모가 대신 상환했음에도, 근저당권 설정을 유지하거나 부모·자식간 자금차용 등의 행위로 가장해서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는 87명도 조사대상에 올랐다. 부친으로부터 부동산 취득자금을 증여받고,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수십억원을 차입한 D씨의 사례를 들 수 있다. 국세청의 조사 결과, 부친이 D씨의 대출이자·대출원금 중 일부를 남기고 대부분 상환하면서 근저당가액은 변경 없이 계속 등기해 채무 상환 사실을 은닉한 사례였다.
유명 스타강사가 가공경비를 계상하는 방법으로 사업소득을 탈루하고, 탈루한 소득으로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 명의로 수십억원의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신종 호황업종을 운영하면서 소득 신고를 누락해, 주식·부동산을 직접 취득하거나 미성년 자녀에게 변칙 증여한 혐의로 조사대상에 오른 사람도 47명이다.
국세청은 "앞으로 계층 간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에 대해 더욱 엄정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