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업, 매출 증가시 고용 덜 늘려…고용친화 정책 지원 필요”

기업들이 매출이 증가해도 고용을 늘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쟁심화 등에 따른 가격결정력 약화, 자동화 등이 고용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풀이됐다. 고용친화적인 기업 혁신활동이 강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14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성장과 고용 간 관계-기업자료를 이용한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매출증가율이 1%p 상승(하락)하면 고용증가율은 0.29%p 상승(하락)하는 가운데 동 수치는 최근 들어 둔화되고 있다.

보고서는 기업 고용증가율을 종속변수, 매출증가율을 주요 독립변수로 한 회귀분석을 이용, 고용민감도(매출증가율 1%p 변화에 대한 고용증가율의 반응)를 추정했다.

기업 단위 자료를 제공하는 기업활동조사(상용근로자 50인 이상·자본금 3억 이상 기업 대상)를 이용했으며 분석기간은 2014~2019년, 분석기업은 4만1467개이다.

전 기간 대상 추정 결과 매출증가율이 1%p 상승(하락)하면 고용증가율은 0.29%p 상승(하락)하는 가운데 이 수치는 2014년에서 2016년 0.31%p, 2017~2019년 0.27%p로 둔화되는 모습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결과가 매출증가의 고용창출력 약화 가능성과 매출감소에 따른 고용둔화 감소 가능성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매출증감 방향에 따른 고용민감도를 추정한 결과 최근의 고용민감도 하락은 매출이 증가한 제조업 300인 이상, 서비스업 300인 미만 기업의 고용창출력이 큰 폭 하락한데 주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매출이 대폭 증가한 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서비스업 300인 미만 기업의 경우 경쟁심화 등에 따른 가격결정력 약화, 제조업 3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기계장치에 대한 설비투자 증가가 고용증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동했다고 보고서는 봤다.

송상윤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사실상 서비스업은 경쟁 심화, 원가 상승이 가격으로 전가되면 가격경쟁력이 하락한다”며 “매출보다 매출원가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오르면서 고용을 늘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조업 300인 이상 기업의 고용창출력 약화는 매출증가 시 인력 채용보다는 기계장치에 대한 설비투자를 늘린 이유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노동생산성 수준별 고용민감도를 보면 매출증가·300인 미만·서비스업 기업 중 고생산성 기업의 고용창출력이 최근 들어 크게 약화된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매출원가율 상승에 따른 비용상승 압력, 인력감축을 통한 영업이익 확대 노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원인으로 분석했다.

송 과장은 “서비스업 300인 미만 고생산성 기업은 매출이 증가하더라도 고용을 늘리는 대신 인력 감축을 통해 경영을 효율화하고 영업이익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산업구조가 이동하고 있으며 서비스업의 경우 300인 미만 기업의 비중이 더 높다. 이 기업들 특히 고생산성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지 않아 고용창출력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앞선 연구들에 의하면 서비스업 고용증가는 신생기업에 의해 주도되는데 분석 대상 300인 미만 서비스업 기업 중 업력 10년 미만 기업비중은 2014년 12.3%에서 2019년 6.9%까지 감소했다. 서비스업 경쟁심화에 따른 고용창출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서 R&D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송 과장은 “소규모 서비스업의 고용창출력 강화를 위해서는 신생기업 성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창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위한 R&D 활성화를 유도하되 고용친화적인 기업 혁신활동이 강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