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사용료 중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대한 사용료는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한미조세협약의 해석에 관한 판결을 변경할 만한 뚜렷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라고 판결하였다.
세법은 외국법인이 국내에서 벌어가는 소득의 유형을 열거하고, 그 과세방식을 각각 달리 정하고 있다. 세법은 이렇게 소득을 구분하여 어떠한 경우에 국내에서 번 것으로 볼 것인지를 정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번 것으로 인정되는 소득에 대해서는 그 과세방식을 소득의 종류에 따라 각각 달리 정하고 있다.
한편 국가간 과세권의 배분을 정한 조세조약에서도 각국에서 과세할 수 있는 소득의 종류 및 과세할 경우 그 한도를 정하고 있다.
우리 세법은 특허권 등 무형자산의 사용료에 대해서도 과세방법을 정하고 있다. 세법은 국내에서 지급하는 사용료 또는 국내에서 사용된 무형자산의 대가는 국내에서 번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지급지주의와 사용지주의를 병용하고 있다.
우리가 체결한 대부분의 조세조약에서는 사용료소득의 원천을 지급지주의에 따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지급지주의를 따르는 경우 소득의 원천을 파악하는 것은 간단하다. 누가 지급하였지만 확인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미조세조약에서는 유독 사용지주의를 택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이 사용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은 내국법인이 자기가 제조·판매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계 기반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대하여 기기당 일정액을 미국법인에게 지급한 것이 국내에서 과세되는지 여부에 대한 것이다.
과거 대법원은 국내에 등록되지 않는 특허권은 국내에서 사용되지 않으므로 한미조세조약상 국내원천소득이 아니라는 판결을 한 바 있다. 특허권은 등록된 국가에서만 효력을 가지므로, 특허권이 등록되지 않은 국가에서는 '특허의 사용'이라는 개념이 존재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그 후 특허권이 국내에 등록되지 않았더라도 국내에서 제조·판매에 사용된 경우에는 국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본다는 것으로 세법이 개정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세법 개정 이후에도 기존의 입장을 동일하게 유지해왔다.
조세조약은 국내 세법에 대하여 특별법으로서의 지위가 인정되고, 특별법은 다른 법에 비해 우선적으로 적용되므로, 결국 조세조약의 내용이 국내 세법의 내용보다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에 따른다면, 이 사건의 결론도 명확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문제된 세액이 너무나 거액이고, 이에 대해 대법원이 2년 이상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서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대법원이 혹시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는 것은 아닌지에 관한 기대나 우려가 컸던 것이다.
대법원은 표면적으로는 사용료에 '특허 외의 권리 등'에 대한 대가가 포함되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되돌려 보낸다는 판단을 하였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대법원은 결국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였다. 한미 조세조약의 해석에 관한 판결을 변경할 만한 뚜렷한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즉, 대법원은 미국 법인이 얻은 국내 미등록 특허에 대한 사용료는 국내에서 과세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세법은 2019년에 다시 법인세법상 국내 미등록 특허권 사용대가를 사용료 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다. 한미조세조약상 사용료 소득에 관한 조항의 적용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세조약은 '특별법'으로서의 지위가 인정된다. 대법원 역시 이를 긍정해왔고, 이 사건을 통해 '조세조약이 국내 세법에 우선 적용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볼 때, 한미 조세조약 자체의 개정 없이 국내 세법의 개정만으로 위 과세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022. 2. 10. 선고 2019두50946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