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기심위서 상장유지 결정하면 30일 거래재개
감사의견 ‘적정’에 거래재개 가능성
내부회계 ‘비적정’으로 개선기간 부여될 수도
소액주주 4만2964명...거래재개 시 주가폭락 우려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연합뉴스 제공
2215억원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가 상장폐지의 갈림길에 섰다. 오는 29일 예정된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어떤 결정이라도 소액주주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스템임플란트가 상장 폐지되면 소액주주의 손해액이 커지게 되고 거래가 재개된다 해도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개선기간을 부여받아 거래정지 상태가 이어지면 소송이 장기화할 여지도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오는 29일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상장유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오스템임플란트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진행현황. 한국거래소 공시 캡처
기심위가 상장유지를 결정하면 다음 날인 30일 거래가 재개되고, 개선기간을 부여하면 거래정지가 계속되며 개선기간 종료 후 상장폐지나 상장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상장폐지를 결정한 경우엔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최종판단을 내린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직원이 2215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해 지난 1월 3일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소는 지난달 17일 오스템임플란트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고 회사는 28일 개선계획서를 제출했다.
기심위는 개선계획서와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을 고려해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인덕회계법인이 지난 21일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해 감사의견 ‘적정’을 표명한 만큼 거래재개에 한발짝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
윤제선 법무법인 창천 변호사는 “회사의 사업이나 실적 문제가 아닌 내부회계관리제도 부실로 인한 일회성 횡령 사고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거래가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며 “상장 폐지될 경우 시가총액 2조원이 넘는 기업에 투자한 수많은 이해관계자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감사의견은 ‘비적정’을 받았기 때문에 기심위가 개선기간 부여 결정을 내릴 여지도 남아있다. 기심위는 영업지속성, 재무건전성, 경영투명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데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횡령 사건이 발생한 만큼 경영투명성에 특히 주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덕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서 “회사는 자금일보 승인, 법인인감 보완, 공인인증서 및 OTP 관리 등 중요한 취약점을 시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사회, 경영진 및 감사위원회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상장폐지도, 거래재개도 문제...개선기간 부여 시 소송 장기화 우려
이런 상황에서 기심위 결정을 지켜보는 소액주주들의 마음은 편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소액주주는 작년말 기준 4만2964명으로 전체 주주 수의 99.9%를 차지한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 수는 총 발행 주식의 62.2%(888만8944주)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지난 1월 26일 오스템임플란트 및 인덕회계법인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청구금액은 2억7300만원으로 거래정지 이전 종가 14만2700원의 50%로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해 산정됐다.
이들의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오킴스 측은 “현재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은 거래중지 상태로, 상장폐지가 돼 주식의 가치가 사라지거나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횡령 사실로 인해 주가가 폭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고 봤다.
엄태섭 법무법인 오킴스 대표변호사는 “거래재개 이후 주가가 오른다면 손해액이 발생하지 않아 소가 기각될 가능성이 있지만 주가가 폭락할 경우엔 낙폭만큼 주주들의 손해가 발생한다”며 “기심위가 개선기간 부여를 결정해 거래정지가 계속된다면 추후 재판이 종료되는 시점의 종가로 손해액을 확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 변호사는 “주주들이 소장을 접수한 이후 회사 측에서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아 변론기일이 잡히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1차 소송 외에도 추가로 피해 주주를 모집해 2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0년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삼덕회계법인을 상대로 한 추가 손해배상 소송도 이어질 전망이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28일 기준 1954명의 소액주주를 모집해 감사보고서 부실기재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한누리 측은 “오스템임플란트가 상장폐지에 이르지 않더라도 거래정지 및 주가 하락에 따른 손해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주연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거래가 재개돼야 손해가 확정된다. 거래재개 후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차액분을 손해로 보고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려는 것”이라며 “개선기간이 부여돼 거래재개가 미뤄지면 손해확정도 미뤄지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한누리는 삼덕회계법인이 작성한 감사조서에 대한 증거보전을 신청했고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인용 결정을 내렸다. 김 변호사는 “삼덕 측이 즉시 항소를 제기해 감사조서 확보가 늦어지는 상황”이라며 “감사조서를 입수해 분석하는 절차와 기심위 결정에 따라 거래가 재개될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후 절차를 주주에게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