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마음은 이해해도 정치인으로는 선을 넘었다"
김종인 "즉흥적인 반응 보이기보다 좀 참고 인내하는 모습 보여야"
조명희 "장애인 시위 멈출 수단은 비난 아닌 관련 제도 정비 및 예산 확충 노력"
이준석 "일반 단체라도 지하철 막는 시위는 실정법 위반...사과 안한다"
◆…지난 2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1회 의용소방대의 날' 기념식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태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특별고문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를 비판하며 논란의 중심에 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마음은 이해해도 정치인으로는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대표는 전장연이 불법적인 수단과 불특정 다수의 일반 시민의 불편을 야기해서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잘못된 의식은 버리라며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또 전장연의 공개사과 요구에도 "사과 안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임 고문은 29일 TBS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현실적으로 모든 세상사가 그렇듯 차가운 머리, 소위 이성으로 하는 영역이 있고, 또 따뜻한 가슴, 감성으로 해야 되는 영역이 있다"고 말했다.
임 고문은 "정치는 옳고 그름을 우선해야 된다"며 "옳은 것도 잘 알지만 대개 옳은 걸 포기하면서도 나한테 유리한 걸 택하는 (것이 실물 정치)"라고 말했다.
이어 "이준석 대표는 그런 것이 아닌 것 같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주장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특히 장애인들이 이동권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여러 가지 요청을 할 때는 성의와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경청하고, 이분들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고, 발언을 할 때도 상대방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헤아려가면서 했었어야 한다. 여당 지도자 아닌가, 당대표 아닌가. (그것이) 당대표로서 옳은 처신이 아니었을까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본부장도 29일 "당대표가 항상 본인 스스로의 소신만 피력할 것 같으면 정치를 해나가기가 힘들다"며 "참고 자제하고 이런 것이 좀 필요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TV '1번지 현장' 인터뷰에서 "한번 얘기하고 거기다 자꾸 덧붙여서 얘기하니까 그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점점 더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 않나"라며 "이제 곧 여당 대표가 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 대해 그때그때 즉흥적인 반응을 보이기보다 좀 참고 인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상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조명희 국민의힘 원내부대표는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비난의 화살을 장애인들에게 돌리기에 앞서 과연 우리 사회가 장애인 보행약자들이 함께 살아가기에 어떤 환경인지를 정확히 진단하고 장애인들의 입장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지하철은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90%를 넘는 등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전국 저상버스 보급률은 30%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휠체어를 이용 가능한 장애인 전용 콜택시는 평균 대기시간이 48분에 달하며 법정 기준보다 800대가 부족하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또 "2021년 장애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총생산 GDP 대비 장애인 복지예산 비율은 OECD 회원국 평균 2.02%의 3분의 1도 안 되는 0.6%다. 경제 규모 세계 10위 국가로서 사실 부끄러운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애인들의 시위를 멈출 수단은 비난이 아니라 관련 제도 정비 및 예산 확충의 노력"이라며 "장애인의 요구에 대해 국민의힘이 먼저 귀 기울이고 공감하여 함께 대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일반 단체라도 지하철 막는 시위는 실정법 위반...사과 안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30일 "만약 장애인 단체가 아니라 진짜 일반 단체라 하더라도 지하철을 막아 세우는 방법으로 투쟁한다면 실정법 위반"이라며 연일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 대표는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전장연이라는 단체가 하는 방법을 보면서 제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몇 개월이나 됐는데 정치인들이 장애인 단체의 시위라는 이유로 방치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혐오에 대해 사과하라는 전장연 측 입장에 대해 "장애인 혐오가 성립하려면 저의 구체적인 언행 중 예를 들어 장애인을 비하한 것이 있어야 하는데 물어보면 없다"며 "‘네가 장애인 혐오를 한 것 같은 느낌이 있으니까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라’ 이런 것"이라며 사과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여성 할당제 얘기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지만, 한국 사회에서 성역화되는 영역들이라고 볼 수 있는 게 있다"며 "집회나 시위 내용을 갖고 저희가 이야기할 이유는 없다. 이분들 주장에서는 ‘20년 동안 기다렸다’ 얘기하지만, 그렇다고 서울 지하철의 운행을 중지시키는 방법으로 가면 안 된다는 지적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전장연이 이 대표에게 공개사과를 촉구하며 "사과하지 않을 때는 혐오차별과 갈라치기 선동하는 국민의힘과 당대표를 향한 투쟁을 별도로 선포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에 대해 "사과 안 한다"고 맞섰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뭐에 대해 사과하라는 건지 명시적으로 요구하시라"며 "전장연이 어떤 메시지로 무슨 투쟁을 해도 좋다. 불법적인 수단과 불특정 다수의 일반시민의 불편을 야기해서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잘못된 의식은 버리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