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최고위에서 '검수완박' 재검토" 발언에 權 "설득할 것" 입장 바꿔
尹당선인 재협상 지시 직후 태도 바꿔... 민주당은 단독처리 예고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5일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한 재검토 입장을 밝히면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단독처리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준석 대표와 권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권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직자 범죄와 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빠진 부분에 대해선 국민들의 우려와 지적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기득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여야가 야합한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면죄부를 받기 위해 선거범죄를 (검찰 수사권 박탈 부분에) 집어넣은 것이다 등 지적이 많이 있다"며 "매우 뼈아픈 대목"이라고 결국 고개를 숙였다.
권 원내대표는 "과거 공수처, 검·경 수사권 조정, 임대차 3법 등 악법도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통과시켰다"며 "소수당 원내대표로서 국민의 피해를 줄이도록 중재안을 마련한 건 차악"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원안에 숨겨진 독소조항이 보완수사권 폐지“라며 ”이게 없으면 검찰은 경찰 자료 보고 기소 불기소 도장만 찍는 거수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재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원안을 통과하면 경찰 부실수사 방지법을 잃는데, 이것이야말로 검수완박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아침 KBS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어렵게 합의한 만큼 합의사항은 지켜져야 한다"고 언급했던 권 원내대표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정치권 전체가 헌법 가치 수호와 국민 삶을 지키는 정답이 무엇인가 깊이 고민하고 중지를 모아달라"며 ‘검수완박’ 재협상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날 이준석 당 대표가 SNS를 통해 "저는 당 대표로서 항상 원내지도부의 논의를 존중해왔고, 소위 검수완박 논의가 우리 당의 의원총회에서 통과했다고는 하지만 심각한 모순점들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입법 추진은 무리"라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물러서지 않고 설득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표가 최고위 의결을 통해 의원총회(의총)에서 인준된 검수완박 중재안을 뒤집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저와 협상과정에서도 누누이 자신들의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는 원하는 대로 하겠다는 것을 여러 차례 저에게 이야기했다"며 "여야에서 의원총회를 거쳐서 합의가 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번복이 있다면 민주당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고 반박했다.
권 원내대표는 "어차피 의회정치라는 것은 대화와 타협"이라면서 "우리당도 그렇고 민주당도 그렇고 각자가 원하는 최선의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도 언급했다.
이어 "저는 소수당 원내대표로서 최악은 막아야겠다. 국민에게 돌아가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중재안 동의라는 선택을 했다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국민들께서 양해해주셨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이라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이준석 대표가 재검토 하겠다는 것은 여러 가지 당내의 우려와 걱정을 당대표 차원에서 논의해보겠다는 것"이라며 "최고위에서 그 부분에 대해서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잘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검수완박법’이 루비콘강을 건넜음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협상 당사자인 원내대표로서 최고위원들에게 설득을 잘하도록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렇게 강조했던 권 원내대표가 방송 대담 후 반나절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자신이 합의한 중재안을 재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아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여야가 합의한 검수완박안에 대해 "이대로는 안 되고 조정이 필요하다. 법안 심사 때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한 발언이 보도되면서 권 원내대표의 입장이 급변했다. '당내 설득 및 수용'에서 '여야 재논의'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합의를 파기할 경우 "즉시 검찰개혁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며 재협상 불가 방침을 분명히 해 정국은 극한 파국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지난 8일 진행된 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권 원내대표는 표결 전 정견 발표에서는 자신을 두고 ‘윤핵관’이란 비판적 시선이 있음을 의식, "수직적인 당청관계의 폐혜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저다. 당이 국정운영 중심에 서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대선 기간 동안 당선인께도 직언과 쓴소리를 했다. 대선이 끝나고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면서 "당과 국민 눈높이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당 중심의 운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최측근이 당내 수장인 원내대표가 되면서 친정체제 강화하는 비판적 시각도 나왔지만 권 원내대표가 "당선인과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나름 역할을 잘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나 안철수 인수위원장,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 이준석 대표에 이어 윤 당선인까지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밝히고 나서면서 합의를 주도한 권 원내대표는 입지가 곤궁에 빠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권 원내대표의 첫 리더십 평가 무대인 '검수완박' 협상을 놓고 국회의장 중재안에 여야가 합의한 내용을 윤 당선인의 말 한마디에 '전면 재검토'라는 입장 번복을 함으로써 정치적 위상까지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