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尹당선인의 '대북강경론'에 "외교경험 없어서"

"尹당선인의 선제타격 등 거친 표현, 국방장관이나 합참의장 정도면 몰라도"

안보 무능 비판엔 "盧·文정권에선 한 건의 군사적 충돌 없었다" 반박

'종전선언' 무산엔 "시간 없는 것이 아쉽다"... "종전선언, 당위고 전쟁 끝내야"

한일관계 "韓, 달라진 것 없고, 日 우경화된 것", 미중 패권경쟁엔 "양자택일 안돼"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 선제타격론' 등 대북강경론 주장에 대해 "외교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면서 "빠르게 대통령 모드로 돌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JTBC에서 방송된 손석희 전 앵커와의 특별대담('대담-문재인의 5년')에서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모드와 대통령 모드가 달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당선인이 선제타격이라든지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대단히 거칠게 표현하는 것은 국방부장관과 합참의장 정도면 몰라도 국가지도자로서는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새 정부도 북한과 대화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해야하고 언젠가는 만나서 대화할 수도 있다"면서 "그때를 생각한다면 말 한마디가 대화를 어렵게 만들 수 있고 그만큼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관계 경색과 동시에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지만 언제 어느 시점에 다시 남북대화의 물꼬가 터일지 모르기 때문에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안보 무능' 비판에 대해선 "노무현정부와 문재인정부에서는 단 한건도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이 없었던 반면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는 천안함, 연평도, 목함지뢰 등 군사적 충돌로 민간인까지 희생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며 "자칫 잘못하면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어느 방법론이 옳은 거냐"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노력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걸 뻔히 알면서 그러는 건 맞지 않다"면서 "심지어 국방비도 일부 진보진영이 비판할 정도로 높은 증가가 있었고 국방력도 그만큼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안보·국방의 한 축이 보훈인데 6.25와 월남전 참전수당, 고엽제 피해자 보상예우, 특수임무유공자 보상예우, 유해 발굴 등 진보정부가 다 한 것"이라며 "막연하게 안보는 보수가 더 잘 챙기고 진보는 안보에 무능하다는 딱지를 붙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발언은 보수정부 때보다 진보정부가 한반도의 평화와 국가 안보를 더욱 잘 지켰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내 추진해온 종전선언이 무산된 데 대해선 "길은 멀고 날은 저물었다"며 "시간이 없는 것이 아쉽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북한이 핵무장을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의 실효성을 의문시하는 비판세력에 대해선 "책략이 없는 주장이다. 종전선언은 당위고 전쟁은 끝내야 한다"며 "종전선언만 허공에 붕 뜰 수는 없다"고 거듭 종전선언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은 결국 그 이후 평화협상에 들어가기 위한 이른바 입구에 해당한다. 종전선언 합의는 평화협정 체결과 비핵화라는 이후 과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걸 뜻한다“면서 ”북한과 미국도 지지했고, 종전선언문 내용에 대해 한미 의견 일치도 이뤘다"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임기 중 악화된 한일관계엔 "한일관계에서 우리 정부가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기본으로 양국관계를 발전시켜나가야 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어떤 정부든 이념과 진영에 상관없이 그 입장을 지켜왔고 달라진 건 일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이 갈수록 우경화되면서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일본이야말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계승하지 않았다"며 "다음 정부에서도 달라질 건지 낙관할 수 없다고 본다"고 작심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미·중간 패권경쟁 격화와 관련해선 "우리가 미국편이냐 중국편이냐 양자택일을 요구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리고 그런 것을 딜레마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의식이 아니라 가운데에 끼는 존재라는 게 꼭 나쁘게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다”라면서 "중국이 최대 교역국이고, 개별 국가로는 미국이 두 번째 교역국가"라면서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수출을 크게 늘려왔고 발전해왔다. 강대국 사이에 낀 새우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한국은 이제 돌고래 정도는 되는 것"이라고 실리적 외교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너무 중요하고 우리 유일한 동맹이고,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의 근간"이라면서도 "그러나 중국은 국경도 이웃하고 있고 우리 최대 교역국이니 중국하고도 조화롭게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되는 것이다. 그 이상의 다른 답이 없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지난번 사드 배치 문제 때 중국이 한류도 다 막고 경제적인 타격도 줬다’는 점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정말로 국익 차원에서 실용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지혜로운 외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우리가 대체적으로는 잘해 왔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사드 문제처럼 때때로 곤란한 문제에 부딪히기도 했는데 그때 사드 배치 자체뿐 아니라 사드를 배치하는 과정이 ‘과연 현명했냐’라는 문제는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설령 필요해서 우리가 방어용으로 사드를 배치한다 하더라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또 중국에 대해서 불가피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그랬으면 중국도 양해까지는 몰라도 그렇게 무슨 강하게 반발하지 않았을 수 있었을 텐데 엊그제까지 그런 것이 없다라고 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드 배치를 발표를 한 것"이라면서 "그런 과정 같은 것들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의 대선 국면에서 사드 추가배치를 주장한 데 대해선 "오로지 선거용 발언이지 대통령 모드로선 달라질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