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호중ㆍ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비상대책위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총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도 패배하면서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공백 상태인 가운데 8월 전당대회에서의 당권을 누가 쥐게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친문 계열로 분류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번 지방선거의 패배 책임을 이재명과 송영길 후보에게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그 배경에 민주당의 차기 당권을 찾지하기 위한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해철 의원은 2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선거 패배에 책임 있는 분들이 필요에 따라 원칙과 정치적 도의를 허물고, 어느 누구도 납득하지 못할 변명과 이유로 자기방어와 명분을 만드는 데 집중하면서 국민들이 생각하고 기대하는 민주당의 모습과 멀어지게 만들었다"고 썼다.
전 의원은 "국민 상식과는 멀어진 의사결정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지난 대선 패배 후부터 불거져 나왔지만 당 차원의 적극적인 공론화도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결국 지금까지 제대로 된 수습도, 대안 마련도 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렀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들은 한 발 물러서 객관적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손혜원 전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해철 의원을 향해 "선거 3일 앞두고 목포에 내려와 김종식 후보를 찬양하며 만세 부르는 모습에 목포시민들이 '저 의원은 김종식의 비리를 알고도 저러는 거냐'고 물으시는데 제가 다 창피했다"고 직격했다.
또 이낙연 전 대표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민은 민주당에게 광역단체장 5대 12보다 더 무서운 질책을 주셨다. 특히 광주 투표율 37.7%는 현재의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이어 "이제 민주당은 또다른 임시 지도부를 꾸려 대선과 지선을 평가하고 반성과 쇄신에 나설 것 같다. 그 일도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새 지도부와 평가주체가 정당성 있게 구성되고, 그들의 작업이 공정하게 전개될 것이냐가 당장의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 혹시라도 지도부와 평가주체의 구성부터 평가작업의 과정과 결과가 또다시 모종의 정략으로 호도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잘못하면 민주당의 위기는 걷잡기 어려울 만큼 커질지도 모른다"며 새로운 당권을 뽑을 임시지도부와 차기 당권 구성에 대한 견해를 강조해 드러냈다.
이에 대해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낙연을 지지하던 분들이 윤석열에게 갔다"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이낙연 지지자들이 한몫을 했다. 당신이 국무총리를 할 때에 비서실장을 했고 경선 때에는 공보단장을 했던 정운현 씨도 윤석열 지지를 선언하여 그의 당선을 도왔다"고 꼬집었다.
황 씨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대선 패배에 이낙연 지지자와 이낙연 심복이 큰 역할을 했음을 더불어민주당 지지 진보 시민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당분간 조용히 있는 게 진보 시민에 대한 예의일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손혜원 전 의원 역시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민주당 패배는 바로 당신, 이낙연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본인만 모르는 듯"이라고 직격했다.
친문인 홍영표 의원 역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욕과 선동으로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라며 "이번 지방선거를 대선 시즌 2로 만들고 말았다"며 이재명 후보를 겨냥했다.
홍 의원은 "대선 이후 '졌지만 잘 싸웠다'는 해괴한 평가 속에 오만과 착각이 당에 유령처럼 떠돌았다"며 "국민과 당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도 패배한 대선에 대해 성찰하지 못했고, 반성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민주당은 당원만 빼고 다 바꿔야 한.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재창당의 각오로 완전히 새로운 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윤영찬 의원은 "송영길 전 대표의 난데없는 서울시장 출마, 종로보선 무공천 원칙을 스스로 깨버린 이재명 상임고문의 계양공천, 쇄신을 둘러싼 당 비대위의 난맥상…" 등을 나열하며 "저를 포함한 우리들의 침묵은 민주당의 사당화를 더욱 가속화 시켰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과 송영길 전 대표는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에서 가장 책임이 큰 분들이다. 사심과 사욕이 아닌 당내 민주주의와 공적 책임감을 부활시키는 것이 선당후사의 핵심"이라며 이재명, 송영길의 책임론을 부각했다.
이에 대해 황교익 씨는 "'사당화'라는 단어가 이번 지선 평가를 한 더불어민주당 몇몇 정치인의 글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단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겨우 원내에 진입했음에도 벌써 사당화 프레임을 짜서 다같이 이재명을 공격하고 있다"며 "이런 자들 하고 대선을 치렀는데 이길 리가 있겠습니까. 진보의 결집을 방해하는 분파주의자는 내쫓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당은 2일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윤호중,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을 포함한 비대위원 전원이 총사퇴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박홍근 원내대표가 국회의원, 당무위원 연석회의를 열고 비상 지도체제 구성과 당 혁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8월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를 선출하기까지 민주당은 차기 당권을 놓고 이낙연계 '(대선, 지선 패배) 책임론'과 이재명계의 '민주당 혁신론'을 놓고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