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이나 곡물수출선박 운항 보장한다"...곡물 수출 통로 개방

푸틴, 식량 공급부족 사태 '유럽 국가 탓'

벨라루스 대통령 "우크라 곡물 수출 통로 조건부 개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항구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선박 운항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로시야 1TV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러시아가 점령한 아조프(아조우)해의 마리우폴항을 열어 곡물과 비료의 수출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의미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를 봉쇄해 아프리카 등 빈곤국을 중심으로 세계 식량위기를 촉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식량 공급부족 사태가 유럽 국가의 환경·에너지 정책 혼선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근시안적 정책 때문이라며 책임을 서방국가들에 돌렸다.

그는 "서방국가들이 천연가스 공급 장기계약을 유지하라는 요구를 듣지 않고 계약을 끝내기 시작했다"며 "이로 인해 유럽 에너지 시장이 악영향을 받아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 때문에 글로벌 곡물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가중될 것"이라며 "앞으로 수확 전망도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의 식량 수출을 늘릴 경로로는 육로와 우크라이나 항구, 러시아 점령지의 항구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푸틴 대통령은 "곡물 수출 방법은 여러 개가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관리하는 항구를 경유하거나, 베르단스크와 마리우폴을 통하거나, 다뉴브강과 루마니아, 헝가리, 폴란드를 경유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항구를 이용하게 된다면 기뢰를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도시인 오데사를 통한 곡물 운송의 선결 조건은 러시아 군함을 겨냥한 방어를 완화하라는 뜻이다.

푸틴 대통령은 "가장 간단한 방법은 벨라루스를 통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먼저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를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북부에 있는 벨라루스는 러시아군에 자국 영토를 내주는 식으로 침공을 도왔다가 러시아와 함께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 육로를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발트해 등지의 항구를 벨라루스가 자국 제품 수출에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면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발트해 연안 국가로 운송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