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스크협정, 우크라-친러반군 간 갈등 잠재웠으나 우크라에 여지 남겨
당시 우크라는 오늘 날 우리가 알던 모습과 달라, 부패로 만신창이었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사진 로이터)
그러면서 메르켈 전 총리는 자신이 재임 기간 중 '충분히 노력하지 않은 것에 후회는 없다'는 식의 발언을 덧붙였다.
이날 방송 인터뷰에 출연한 메르켈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노력의 결과가 드러나지 않아 대단히 유감스럽다. 하지만 노력하지 않았다는 데 내 자신을 원망하진 않는다(I don't blame myself for not trying.)"고 말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2014년 크림 반도 강제 병합 사태 이후 유럽안보협력기구가 중재한 민스크 협정을 논하기 위해 인터뷰에 참여했다.
민스크 협정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반군 간의 종전을 위해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체결된 2개의 협정이다.
그러나 협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반군 간의 교전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메르켈 전 총리는 2014년 당시 크림 반도를 강제 병합한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하자는 서방의 여론을 주도했던 인물 중 한 명이다.
이날 메르켈 전 총리의 주장에 따르면 민스크 협정으로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와 친러 반군 사이의 갈등은 잠재워졌으나 우크라이나에게 여지를 줘 오늘 날 지경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메르켈 전 총리는 인터뷰에서 "2014년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푸틴(러시아)을 내버려뒀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르켈 전 총리는 러시아의 국제법 위반을 정당화시킬 사유는 찾을 수 없지만 우크라이나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는 것 역시 반대해왔음을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NATO에 가입할 준비가 되지 않았으며, 설령 가입하더라도 러시아와의 긴장만 더욱 고조시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메르켈 전 총리는 "당시 우크라이나는 우리가 아는 오늘의 우크라이나가 아니었다"며 "국가 전체적으로 불안정했고 부정부패로 만신창이었다"고 말했다.
동독 공산 진영에서 나고 자라 러시아어에도 유창한 메르켈 전 총리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독일로 수입하는 노드 스트림 2 가스관 계획을 지지해온 것에 미국을 포함한 서방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비판에도 메르켈 전 총리는 독일과 러시아는 서로를 모른 척 할 수 없는 이웃 같은 사이라며 양국 간 교역 확대를 지지해 왔다.
또한 독일 내 보수 정치인으로도 유명한 메르켈 전 총리는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했을 당시 짤막한 입장문을 공개했으나 그 후로 침묵으로만 일관해 러시아의 만행을 두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