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핵관 "위원 인터뷰는 당규위반... 윤리위서 '반격'"
辛 "위원들 발언, '비밀'과 '누설' 모두 해당 안 돼"
... 윤리위 번복과 해체? '자기재판금지' 법언 위배"
대법 "비밀 그 자체가 아니라 국가(조직) 기능 보호
... 비밀의 '보호가치' 등 '실질적 이익' 여부도 쟁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첫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오는 7일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심의를 앞두고 '징계' 불복과 윤리위 '해체'를 시사한 가운데, 언론 취재에 응했던 윤리위원들을 '색출'하는 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규 '윤리위 규정'에 근거한 이 대표의 주장은 기존 대법원 판례상 '공무상비밀누설'에 해당하지 않으며 윤리위 규정의 구성요건도 충족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윤리위 개최일을 특정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반박한 윤리위원들의 익명 인터뷰를 '당규 위반'으로 규정하고 윤리위 소명·대응 과정에서 '반격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매체 '아이뉴스24'는 6일 "윤리위원들의 익명 발언은 전부 당규에 걸리는 내용"이며 "누군가를 굳이 특정하지 않아도 윤리위원 전체를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라는 '이핵관(이준석 핵심 관계자)'의 '익명 인터뷰'를 실으면서 이 대표 측이 해당 윤리위원들을 일부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 인용된 국민의힘 '윤리위 규정 제3조(공정 및 비밀유지의 의무)'는 윤리위 관계자들이 "직무와 관련해 일체의 부정한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되며,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제1항)"해야 하고, "직무와 관련해 알게 된 일체의 비밀을 직무종료를 불문하고 누설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주장과 달리, 윤리위원 인용 보도를 통한 윤리위 '일정' 공개가 '비밀누설'에 해당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민의힘 대구시당 윤리위원장과 한국부패방지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신봉기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공무상비밀누설죄에 있어서 비밀은 관련 업무의 모든 사항이 아니다"라며 "지금 언론매체에 떠돌아다니는 사소한 얘기들은 설사 윤리위원들의 입에서 나왔다 하더라도 그것이 보호할 가치 있는 '비밀'도 아니고, 비밀누설로 위협받게 될 중대한 이익의 '누설'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기존 판례에 따른 비밀엄수의무는 중요한 정책결정과 관련이 있거나 국가나 조직의 중요한 비밀사항에 적용된다"고 말했다.
신 교수가 제시한 판례(대법원 1996. 5. 10. 선고 95도780, 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0도14734)는 '공무상비밀누설죄'를 "비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비밀엄수의무의 침해에 의해 위험하게 되는 이익, 즉 비밀누설에 의해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윤리위 일정이 보도를 통해 공개되는 것은 윤리위와 당의 기능을 위협한다고 보기 어렵고 '비밀누설'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특히 이양희 윤리위원장의 해외출장 기간이었던 지난달 초 '24일에서 27일 사이'라고 보도된 윤리위 일정은 사실상 '미정'이었고 윤리위원들에게 통보되지도 않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일 오후 JTBC '썰전라이브'에 출연했다. [사진=JTBC 유튜브채널 영상 캡처]
또한, 신 교수는 이 대표의 '윤리위 불복·해체' 발언이 "자가당착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윤리위 규정 제30조는 '당대표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 대표는 윤리위가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모든 징계처분에 대해' 당대표가 취소할 수 있다고 주변에 말하는 모양"이라며 "이 규정은 당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최고위원회에서도 자신의 사건을 자신이 관여해 처리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동서고금의 범세계적 불문율인 '자기재판금지'(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Nemo iudex in causa sua)'에 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법언이 이 대표만 피해 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021년 7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선 경선준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부위원장을 맡은 한기호 사무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본 매체는 윤리위를 둘러싼 24일·27일 개최설이 모두 '사실무근'이며,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에 대한 윤리위의 소명요구를 한기호 사무총장이 무마한 의혹을 국민의힘 관계자와 윤리위 관계자 등을 취재해 보도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국민의힘과 윤리위 관계자들을 취재해온 본 매체 기자는 '정보원'의 신원을 묻거나 '해당 윤리위원, 윤리위 관계자의 연락처를 공유해 달라'는 일부 기자들의 요청에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일절 응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