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더가디언
영국의 더가디언(theguardian)은 스코틀랜드 피블스(Peebles) 근처 개인 재활 클리닉 캐슬 크레이그(Castle Craig)에서 글로벌 가상화폐 폭락으로 폐인으로 전락한 29세 로리(Roy)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은 더 이상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저 흐느낄 뿐이었다‘라는 부제처럼 가상화폐 시장 붕괴로 인해 삶이 완전히 망가져 버린 개인 투자자의 황량한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가디언은 “과대광고와 과대망상으로 인해 비트코인과 기타 가상화폐 시장은 모호한 틈새시장에서 3조 달러 규모의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거기까지였고 모래성은 무참히 무너져 내렸다”고 상황을 묘사했다.
눈부신 여름날이었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는 재활 클리닉의 분위기는 침울했고 로이는 의자에서 불편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고 상황을 묘사했다. 로이가 이렇게 된 시초는 2021년 2월 테슬라 설립자 일론 머스크가 홍보한 도지코인 라디오 광고였다.
광고에 끌린 로이는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고 여러 종류의 가상화폐를 신용카드를 긁어 2,500유로(328만 원)로 첫 투자를 시작했다. 이후 가격이 오르면서 가치는 8천 유로(1,048만 원), 10만 유로(1억3,106만 원), 52만5천 유로(6억8,806만 원)에 달했다.
그가 시장에 진입한 시기는 가격 상승의 확장된 기간을 의미하는 소위 아드레날린 불 런(adrenalised bull run) 기간이었다. 코로나 19 부양책과 저금리, 해고된 근로자들 사이의 가상화폐에 대한 열정 등으로 시장이 멈출 줄을 몰랐다.
눈앞에 환상이 펼쳐지자 관련 동영상을 시청하고 텔레그램을 통해 비공개 집단의 정보를 받고 그들과 분석 자료를 이야기하는 데 모든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약물과 알코올 중독으로 2번 치료를 받고 중독상담사로 근무했던 그였지만 폐인적 삶을 시작하면서 공황발작을 일으켰다.
낮에는 10초마다 가상화폐 월렛을 확인하고 밤에는 설정한 시간마다 울리도록 알람을 설정했다. 엄청난 부가 생기자 일할 필요가 없는, 재정적 부담이 없는 삶에 대한 환상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그때는 내가 상류층에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아무도 나에게 어떤 말도 할 수 없었고 돈은 내가 가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상화폐가 나를 다시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가격이 하락하기 전에 현금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던 중 시장의 붕괴가 시작됐다. 이에 대해 그는 “가상화폐에 모든 것을 투자했기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 같았으며 나의 모든 꿈은 거기서 끝이었다”라며 “가상화폐의 붕괴와 함께 나의 인생 전체도 무너졌다”라고 이어 갔다.
결국 절망한 그는 통제 불능 상태가 되었고 깊은 절망과 함께 실패자라는 생각으로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 일상을 보냈다. 매일 금단증상으로 인해 몸이 떨렸고 눈을 뜨면 온라인으로 술을 주문하고 마약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는 “그 고통은 아무도 모른다”라며 “폭음으로 위궤양까지 겹쳤고 고통을 잊기 위해 마시고 토하고, 마시고 토하고를 계속했지만,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고 죽을 것만 같았다”라고 회상했다.
지난 5월 파산한 로이는 가상화폐 중독을 치료하는 세계 유일의 캐슬 크레이그(Castle Craig)에 입원했다. 로이뿐 아니라 텔레그램 방에는 가상화폐 투자로 망한 사람들의 모임까지 생겨났다.
3,315명이 모인 ’베어마켓 비명 치료그룹‘ 방 개설자인 줄리오라는 사람은 “방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한탄하며 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라며 “그들은 더 이상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저 흐느낄 뿐이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