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광장 오윤선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제공)
거주지국을 벗어난 경제활동이 잦은 지금, 해당 경제활동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관한 세수의 국제적 분배를 위하여 조제조약이 많이 논하여지고, 이를 근거로 원천지국 및 거주지국의 과세권이 조정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약 100여 개의 국가와 조세조약을 체결하였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나(대한민국헌법 제6조 제1항),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조약은 일반적으로 국내법보다 우선하여 적용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다269388 판결 등).
다만, 조세조약은 양 체약국의 과세권이 충돌하는 경우 그 과세권을 배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조세조약을 근거로 국내세법상의 과세권을 창설할 수는 없다.
한편,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소득에 관한 조세의 이중과세 회피와 탈세방지 및 국제무역과 투자의 증진을 위한 협약'(이하 '한미조세협약') 및 국내세법의 해석·적용에 따라 국내 미등록 특허 사용료가 원천징수 대상이 되는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있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국내 미등록 특허 사용료는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종래 대법원의 입장을 살펴보면, 우선 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누6887 판결은 외국법인의 특허권이 등록되어 있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당해 특허제품이 생산되어 특허권이 등록된 외국으로 수출, 판매되는 경우에 당해 특허권의 사용 혹은 침해문제는 특허권을 가진 외국법인이 그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는 외국 내에서 특허제품의 수입, 판매에 대하여 가지는 특허실시권의 사용, 침해에 관한 문제일 뿐이고,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으로 구분되는 "특허권 등을 국내에서 사용하는 경우에 당해 대가로 인한 소득"이나 한미조세협약상 "특허권 등에 대한 사용료는 어느 체약국 내의 동 재산의 사용 또는 사용할 권리에 대하여 지급되는 경우에만 동 체약국 내에 원천을 둔 소득으로 취급된다"는 규정의 의미는 미국법인이 대한민국에 특허권을 등록하여 대한민국 내 특허실시권을 가지는 경우 그 사용대가로 지급받는 소득을 의미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두8641 판결도 동일한 취지).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법적 대응으로 국내 등록 유무에 관계 없이 국내에서 사실상 사용되는 특허권에 대하여는 사용지를 국내로 보아 국내원천소득으로 과세할 수 있도록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9호(현행 제8호)가 2008. 12. 26. 개정되었으나, 이와 같은 법률 개정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2두18356 판결은 "비거주자 또는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의 구분에 관하여는 소득세법 제119조 및 법인세법 제93조에도 불구하고 조세조약이 우선하여 적용된다"는 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2018. 12. 31. 법률 제160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하 '구 국조법') 제28조 및 한미조세협약에 근거하여 국내 미등록 특허 사용료는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수 없다는 종래 대법원의 입장을 유지하였다(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6두42883 판결도 동일한 취지).
대상판결은 미국 법률에 따라 설립된 원고법인들이 한국법인과 특허권 사용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한국법인으로부터 사용료를 지급받던 중 "국외에서 등록되었으나 국내에는 등록되지 않은 특허권"에 대한 사용대가에 관한 원천징수분 법인세의 환급을 구하는 경정청구를 한 사안에서,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대한 사용대가는 원칙적으로 국내원천소득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다만, 대상판결은 원심이 이 사건 사용료에 국내원천소득으로서 원천징수대상인 저작권, 노하우, 영업상의 비밀 등의 사용대가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 과세관청의 주장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였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특허권자가 지급받는 대가에 저작권, 노하우, 영업상의 비밀 등의 사용대가가 포함되어 있음이 주장·입증되는 경우에는 해당 부분은 국내원천소득으로서 과세대상이 될 수 있음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상판결에 따라 국내 미등록 특허 사용료는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입장이 재확인되었으나, 해당 사용료에 저작권, 노하우, 영업상의 비밀 등의 사용대가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국내원천소득으로 과세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다만, ① 민법의 기본원칙인 사적 자치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들이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 내용대로의 법률관계가 인정되어야 하고, 당사자가 "특허권의 사용"을 목적으로 체결한 계약에 따라 지급되는 사용대가를 특허권이 아닌 저작권 등의 사용에 대한 대가로 보는 것은 당사자가 계약상 합의한 내용의 효력을 부인하거나 합의하지 않은 것을 계약의 내용으로 강요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점 및 ② 특허권 내지 특허기술과 노하우를 엄격하게 구별한 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두8641 판결을 고려하면, 과세관청이 특허권 사용 계약에 따라 지급된 사용대가에 특허권 이외의 저작권, 노하우, 영업상의 비밀 등의 대가도 함께 포함되어 있음을 주장·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세조약상 소득 구분이 국내법상 소득 구분을 결정하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사유로 구 국조법 제28조가 2018. 12. 31. 삭제되었고, 국내 미등록 특허 등의 사용대가에 대한 과세권 확보를 위하여 국내원천소득 과세체계를 개선한다는 취지로 법인세법 제93조가 2019. 12. 31. 개정되었다.
향후 대법원이 개정된 법률이 적용되는 사안에서 한미조세협약을 국내세법에 우선하여 적용하는 입장을 유지하여 국내 미등록 특허권 사용료가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릴지 주목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022. 2. 10. 선고 2019두50946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