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망령 끄집어낸 尹정부... '미래지향 대통령 리더십' 보여야

복합경제위기 상황 속, 이상민 행안장관 '12.12 쿠데타' 발언 논란

전문가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 방향' 설정에 혼선 없어야" 강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전국 경찰서장(총경)회의'가 열리는 등 경찰 내부에서 '경찰국' 신설 반대 움직임이 인 데 대해 "거의 (軍)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발언한 데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신(新)냉전체제로 급변하고, 미국의 긴축재정으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신(新)3고의 복합경제위기가 몰려오면서 출범한 지 100일도 채 되지 않은 윤석열 새 정부가 '경찰국 신설' 이슈로 또다시 난국에 봉착된 형국이다.

특히 집권여당과 정부가 공감대 조성 과정 없이 지난 1991년 7월 30일 치안본부(당시 내무부 산하)에서 경찰청(외청)으로 독립한 경찰조직을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냄으로써 경찰 내외부로부터 강한 반발은 물론 많은 국민들도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행안부 장관이 직접 나서 경찰청을 과거 치안본부 대공분실 시절의 흑역사를 언급하면서 군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비유한 점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비난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길에 "경찰 총수인 경찰청장 직무대행자가 해산 명령을 내렸는데도 그걸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군으로 치면 각자 위수지역을 비워놓고 모임 한 것으로, 거의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다. 대단히 부적절하다"라고 했다.

기자회견에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무장할 수 있는 조직이 상부의 지시에 위반해서 임의적으로 모여서 정부의 시책을 반대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장관은 '총경회의를 주도한 사람이 대기발령조치가 된 상황에서 발언이 과하지 않냐'는 질문엔 "경찰은 물리력과 강제력, 심지어 무기도 소지할 수 있다"며 "이번 사태는 일반 공무원들의 집단행동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번 경찰서장 모임을 주도하거나 지금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경감 이하 직급에 대한 모임을 주도하는 특정그룹이 있다"며 "하나회도 그렇게 출발했고 12.12 쿠데타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했다.

이 장관은 특정그룹을 묻는 질문에는 "대충 언론에 언급된 총경들은 다 특정그룹 출신이더라"라며 "이 자리에서 특정 출신이 누구인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특정그룹이 경찰대 출신이란 점은 명확했다.

전국경찰서장회의를 주도해 대기발령 중인 류삼영 총경(전 울산중부경찰서장)은 "경찰국 신설을 추진하는 행안부가 더 쿠데타같다"며 "(경찰서장 회의는) 그런 쿠데타를 막는 반 쿠데타적 행위"라고 반박했다.

이날 열린 국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상민) 장관께서 그 모임을 쿠데타 즉 내란에 비유했다"며 "내란이 성립하려면 내란목적이 있어야 된다. 이번 경찰모임의 내란 목적이 어떤게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장관은 "경찰서장모임의 위험성과 부적절성에 대해 말한 것"이라 답했지만 전국 경찰서장들이 주말에 토론회를 가진 것에 대해 12.12 쿠데타를 떠올릴 만큼 위험하고 부적절하다고 느낀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 지는 의문이다.

한 네티즌은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경찰이 보유한 주 무기는 3.8권총이고 특공대에 장갑차 몇 대, 소송용 헬기가 최강의 무기이고 기동장비다"라며 "3.8권총으로 12.12같은 군사반란을 일으킨다는 x은 아프리카 미개국에서도 듣지 못했다 윤 정권이 얼마나 취약하고 위태로우면 경찰이 무장했다며 호들갑을 떠는 지 애처로울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네티즌은 "경찰을 경찰견으로 착각하는 이 패거리들아! 정권을 좋은 데 써야지, 너희들의 충견으로 쓰겠다는 발상이 이런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라며 "즉시 중지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비판했다.

반면 다른 네티즌은 "기소권, 수사권, 대공수사권, 수사종결권, 정보권 등 일제순사보다 더한 권세를 가진 12만 명이 우리 주위를 다니고 있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라고 적었다.

또 한 네티즌은 "경찰공무원이 정상적인 행정절차에 반기를 드는 것은 국기문란이다. 엄중 처벌해야 한다"면서 "이래서 한쪽에 너무 많은 권력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경찰에게 권력을 몰아준 민주당의 검수완박이 그 단초다"라고 올리기도 했다.

과거 권력의 하수인이라는 오명을 쓴 경찰은 12.12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정권에서 치안본부의 지휘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이한열 최류탄 피격 사망 사건 등 수많은 인권유린 사건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2020년 1월 13일 검경 수사권 조정안 관련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2021년 1월 1일부터 해당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로써 그간 검찰이 모두 독점해온 수사·기소·영장청구 권한에서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이 경찰에 부여되면서 경찰의 역할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에 매몰된 尹정부... 미래지향적 '대통령 리더십' 보여야

윤석열 대통령은 그간 세 차례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했다. 민생 챙기기 일환으로 물가대책과 금융대책, 전월세·부동산시장 대책을 내놓으며 민생경제를 강조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는 긍정 평가는 미흡했다.

오히려 법인세 인하(25%→22%), 1세대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중과제도 폐지 방안 등을 골자로 하는 세제개편방안 발표로 이른바 '부자감세'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다 새 정부는 복합경제위기 상황 속에서도 과거에 매몰되는 듯한 국정운영으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집권 초반부터 '서해공무원 피격', '탈북어민 북송' 사건 등을 통해 전 정권을 압박하는데 집중했다. 급기야 '경찰국 신설'은 기름에 물을 붓는 형국이 됐다.

‘공정·정의’를 강조했지만 여론은 냉랭했다. 새 정부 출범 후 긴박한 경제위기 타개보다는 전 정권 손보기에 전념한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5월 '110대 국정과제'를 내놓았다. 하지만 출범 후 80여일이 지난 시점에 국정과제를 효과적·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후속 대책들이 보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의 행보도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집권여당의 대표(권성동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지난 2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첫 번째 도약으로 대한민국은 중진국이 됐고, 두 번째 도약으로 선진국이 됐다. 세 번째 도약으로 글로벌 선도국가가 돼야 한다"며 "세 번째 도약은 정부와 국회, 여야의 협치를 통해서 가능할 것"이라고 여야 협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작금의 국회에서 협치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권력투쟁을 위한 정치적 투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을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로 국민들과 기업들의 고통이 점차 확대되고 있고, 미국발 긴축정책과 금리인상으로 더 큰 경제위기가 도래하기 전에 윤 대통령과 당정은 빨리 국정운영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복합경제위기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을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작금의 위기에 맞서 정부와 국민의 역량을 모아 나가는 모습을 절대적으로 보여줘야 할 시기라는 설명이다.

현재 신(新)냉전체제 돌입과 함께 신(新) 3고 도래로 글로벌 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시점에 윤 대통령과 여당이 국정 운영에 대한 우선순위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채 전 정권 사정 등 과거에 매몰되어서는 경제위기 극복이 어렵다는 지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위기 대응을 위한 전략방향 설정부터 혼선이 생겨서는 안 된다. 국가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민심을 한 방향으로 집중하도록 하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더욱 중요하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흔들릴 때 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