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6월부터 EBS 재무감사 "경영전반 개선 필요"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일환으로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수능방송과 수능시험을 연계한 것과 관련, EBS가 수능교재의 독점적 판매로 얻은 막대한 이익을 수능교육에 투자하기보다는 직원들이 돈 잔치를 벌인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EBS는 수능교재 판매가격을 원가의 5배로 높게 책정해 과다한 판매이익을 얻고도 수능관련 인프라 투자는 소극적이었지만, 수능교재 판매권과 관련해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는가 하면 얻은 이익은 직원들의 특별격려금이나 보수인상 및 유흥비 사용엔 적극적이었다.
감사원 감사결과가 액면 그대로 사실이라면 국가 인재양성의 요람이 돼야 할 EBS가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려 했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감사원은 8일 "지난해 6월부터 한달간 EBS에 대한 재무감사를 실시한 결과, 인건비ㆍ제작비 등 집행, 수능교재 출판, 예산편성 등 경영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감사원의 이번 감사는 지난 2004년 2월 교육인적자원부의 사교육비 경감대책 이후 EBS 수능강의와 수능시험이 연계, EBS가 이를 적정하게 추진되고 있는지 점검ㆍ개선할 필요에 의해 실시된 것.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EBS가 수능교재 판매가격을 높게 책정하여 과다한 판매이익을 얻고도 수능관련 인프라 투자는 극히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수능교재 판매와 관련해 일부 직원이 금품을 받은 사례와 퇴직금누진제 폐지에 따른 정년까지의 손실을 실질적으로 전액 보상하기로 노사 합의하거나, 과도하게 보수를 인상(16.6%) 하는 등의 방만한 경영사례를 다수 확인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일환으로 2004년부터 'EBS 수능방송과 수능시험의 연계성을 높이기로 결정'돼 수험생들 입장에선 EBS 교재 구매가 사실상 강제되는 상황.
EBS는 가격산정의 기초가 되는 '산출가격'을 제조원가의 5배 수준이 되도록 산정(제조원가가 21%가 되도록 逆算)한 후, 시중에 유통되는 유사교재 가격을 참조하는 등 자체 회계규정에도 없는 방식을 적용해 수능교재 가격을 산출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그 결과 수능교재부분의 2004년 출판이익은 2003년 113억원에서 2004년 382억원으로 1년새 269억원(2.4배)이나 늘어났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
이와 관련 감사원은 "EBS는 국회 등에 교재 판매이익을 수능관련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보고했다"며 "그러나 판매이익 중 직원 성과급 43억원을 지급하고 직원보상에도 52억원을 사용할 계획인 반면, 저소득층 자녀 강의교재 무상공급(6.8억), 사랑의 PC 보내기 운동(6.8억) 등 수능관련 인프라 투자로는 13.7억 원 집행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또 수능교재 판매를 직접 담당할 총판을 선정ㆍ관리하면서 직원 1명은 5개 총판에서 8회에 걸쳐 총 1060만원을, 다른 직원은 4회에 걸쳐 총 500만 원을 받는 등 일부 부도덕한 사례도 발견됐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특히 지난 98년부터 정부는 공공기관의 퇴직금누진제를 단수제로 개선했음에도 불구, EBS는 지난해 5월 퇴직금누진제 폐지로 인한 장래 퇴직시(정년)까지의 손실을 현가로 환산해 모두 129억 원을 지급키로 노사합의한 사실도 감사원에 적발됐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EBS에서 퇴직금누진제를 폐지하면서 임직원들에게 그 손실을 전액 보전하여 주기로 한 것은 정부방침과 사회적 상규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제작비 집행과 관련한 감사결과에 대해선 혀를 내두를 지경. EBS는 방송제작비 지급규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외주제작비, 방송제작 기획비 등을 집행했지만, 某프로덕션(주)에서 집행한 '명동백작' 프로그램 제작비는 정산도 하지 않은 채 4300만이나 더 줬다.
음악프로인 '스페이스-공감' 방송제작기획비 3810만원은 전액을 술값(유흥주점에서 815만 원 집행) 및 밥값으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방송제작물(방귀대장 뿡뿡이) 공연계약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업체로부터 500만원의 뇌물을 받아 챙겼다.
또 EBS는 전액 정부출자기관이고 공공재원을 지원받는 점에서 임금수준을 합리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데도 2004년 직원 평균연봉이 6700만원(정부투자기관 평균연봉 4358만원)이나 되는 등 5년간 연봉을 16.6%(정부투자기관 평균 5.1%) 높였다.
이에도 부족해 2004년엔 공사 창립기념일을 이유로 규정에도 없는 특별격려금으로 기본급의 100%, 총 9척8000만원을 별도 지급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그러나 인터넷 수능강의 등 수능생을 위한 투자에 EBS는 인색했다. 감사원은 "EBS가 사교육비 경감대책으로 인터넷 강의를 추가 실시했지만, 이용률이 감소하고 있어 전문 인력 충원과 부가서비스 확대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BS 수능강의는 수능과 연계되어 있고 거기다 무료로 운영하는데도, 과목당 8만원씩 받는 유료 인터넷 교육사이트의 이용수준과 비슷하다는 것.
감사원은 그 원인으로 EBS가 민간 유료사이트와 비교해 다양한 부가서비스(최신 입시정보, 진로 적성검사 등)가 부족하고, 교육전문인력을 12명으로 유지하면서 강사에게 학생들의 수강실적과 상관없이 일정금액(50분 당 35만 원)을 강의료로 지급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