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최근 '미국 법인 – 네덜란드 법인 – 네덜란드 법인 – 한국 법인'의 4단계 구조 하에서, 한국 법인이 바로 위 네덜란드 법인에게 배당금 등을 지급한 사안에서, 네덜란드 법인의 '설립 경위, 임원 구성, 인적·물적 설비의 구비 여부, 사업활동 내역, 이 사건 감자대가의 지급 및 사용 내역 등'을 고려할 때, 위 배당금 등의 실질귀속자는 소득을 지급받은 네덜란드 법인이 아니라 최상위 모회사인 미국 법인이라고 판단하였다.
세법은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수익·재산·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이 명의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는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세법을 적용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를 '실질과세원칙'이라 하는데, 대법원은 이를 적용하여 납세자가 선택한 거래 형식을 부인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당초 한국 법인의 주식은 미국 법인이 직접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 법인이 갑자기 네덜란드에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한국 법인의 주식을 현물출자하였고, 같은 날 네덜란드 자회사는 다른 네덜란드 자회사에게 이를 모두 양도하였다.
위 지분 이동 약 6개월 후, 한국 법인은 자신의 주식의 약 43%를 유상감자하면서 감자대가를 주주인 네덜란드 법인에게 지급하였고, 약 3년 후에는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도 하였다.
한국 법인은 위와 같이 네덜란드 법인에게 소득을 지급하면서, 한국-네덜란드 조세조약에 따른 세율을 적용하여 법인세를 원천징수했다.
그런데 문제는 한미 조세조약은 한-네 조세조약보다 배당금 등을 지급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세율을 높게 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주목한 국세청은 위 배당금 등이 실제로는 네덜란드 법인이 아닌 미국 법인에 귀속된 것으로 보아 과세를 시도했고, 다툼이 소송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한국 법인은 두 개의 네덜란드 법인은 자회사 지분의 보유와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순수지주회사'이고, 이러한 지배구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네덜란드 법인에게 별다른 역할이 없고, 어떠한 영업활동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한국 법인이 지급한 배당금 등은 곧바로 미국 법인에게 송금되었는데, 이를 보더라도 네덜란드 법인이 위 소득을 실제로 얻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도 보았다. 즉, 대법원은 조세조약의 적용에 따른 세금 부담 차이 이외에는 네덜란드에 자회사를 둘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법원은 '자회사 지분의 보유 및 관리'를 그 사업목적으로 하는 순수지주회사가 수취한 배당금 등의 실질귀속자가 문제된 사안에서, 순수지주회사는 인적·물적 시설이 다소 미흡한 사정이 있더라도 위와 같은 사업목적 하에 일정 기간 정상적으로 존속하였다면 실질귀속자로 인정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해왔고, 대법원 역시 이를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네덜란드 법인이 오로지 한국 법인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에 관하여 납부할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일회적 목적 하에 설립되었다는 점이 너무나도 명백했다. 반면 네덜란드 법인의 실체를 인정할 만한 요소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법원은 예외적으로 최종모회사를 실질귀속자로 판단한 것으로 이해된다.
실체가 인정되는 법인이라면 국내에 납부되는 세금이 줄어드는 점만으로 조세회피목적을 추단하는 것은 부당하고, 회사지배구조만을 문제 삼아 조세조약의 적용을 막는 것은 조세조약의 체결 의도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이를 고려하면, 앞으로도 대법원은 이 사건과 같이 예외적인 경우 외에는 섣불리 원래 지배구조를 부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7두31347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