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하위법령인 시행령으로 상위법에서 폐지한 범죄 포함…위임 범위 일탈, 위헌·위법"
참여연대, "공직자·선거범죄→부패·경제범죄 재분류"… 모법 훼손, 삼권분립 원칙 훼손
◆…참여연대가 24일 오전 서울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검찰 직접수사 확대' 시행령 문제점 설명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 = 참여연대)
경찰과 시민단체에서 최근 법무부가 시행령 개정으로 검찰 직접 수사 개시 범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공식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경찰청은 24일 법무부에 제출한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검토의견에서 "법에서 삭제된 범죄를 시행령으로 다시 포함하는 것은 상위법과 충돌한다"며 '무효' 의견을 냈다.
법무부는 최근 수사 개시 규정 개정안에서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사법 질서 저해 범죄와 개별 법률이 검사에게 고발·수사 의뢰하도록 한 범죄는 검찰청법상 '중요범죄'로 묶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했다.
경찰청은 당초 법률에서 검찰의 수사 범위를 6개 범죄에서 2개 범죄로 줄인 것을 시행령에서 직접 수사 범위를 확대한 것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법무부의 이번 시행령 개정이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축소하도록 개정한 검찰청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하위법령인 시행령으로 법에서 폐지한 대부분 범죄를 수사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법률의 위임 범위를 일탈해 위헌이고 위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법무부가 개정 검찰청법의 조문에 표현된 '~등'을 포괄적으로 해석해 공직자와 선거범죄 등 이미 검찰 수사에서 제외한 부분을 검찰이 다시 수사할 수 있도록 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경찰청은 "'등'의 문언적 의미를 자의적으로 왜곡하는 것은 모법(母法) 규정을 함부로 유추·확장하는 해석 규정이어서 위임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법률의 위임 없는 수사 개시 범죄 확대는 위임한계·예측 가능성에도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또 "명확하지 않은 규정은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대한 폭넓은 해석 재량을 부여해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수사 위법성에 대한 수사·재판 단계의 다툼으로 이어져 절차 지연, 비용 발생 등 국민 불편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센터 역시 이날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검찰 직접수사 확대' 시행령 문제점 설명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무부가 지난 12일 입법예고한 시행령이 검찰의 직접수사를 확대한다면 이를 즉각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법무부는 「검찰청법」 개정으로 법률에 예시된 중요범죄 유형이 6종 등에서 2종 등으로 변경되어 기존 분류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을 개정 이유로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정령안에 따르면 '부패범죄'에 공직자범죄와 선거범죄 등이 포함되고 '경제범죄'에는 방위산업범죄, 마약범죄, 조직범죄 등이 포함된다"며 "이와 더불어 법무부는 '사법질서저해범죄'라는 명목으로 위증, 증거인멸, 무고죄 등까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에 포함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그러나 "법무부 시행령은 검사의 과도한 직접수사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우리 사회의 합의된 형사사법개혁 방향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9월 시행될 개정 검찰청법에서 축소한 검찰의 수사개시 범위를 정부가 시행령으로 재확대시키는 것은 위임입법의 범위를 넘어 모법의 취지를 무력화하고, 삼권 분립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법무부 시행령은 즉각 수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기자브리핑 종료 후 이번 시행령 개정안의 문제점을 정리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 범죄에 관한 규정 일부시행령안 입법예고 의견서'를 공개하고, 법무부에 정식으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입법예고에서 드러난 검찰권력 복원 의도와 무소불위 검찰의 권한 남용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 법무부에 추가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