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남성중심의 조직으로 인식돼 온 국세청에 갈수록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져가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조사국에서도 점차 여성 국세공무원들의 비중이 늘고 있다.
특히 이들 여성 조사관의 경우 특유의 섬세함이 드러나는 세무조사를 통해 꼼꼼히 지적사항을 짚어보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해 남성 직원들이 지나치기 쉬운 적출사항도 많이 발견해 내는 등 그동안 발휘되지 못했던 여성 조사관들의 장점이 완벽한 세무조사를 진행하도록 하는 데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남자 조사관들에 익숙했던 수검자들은 오히려 여성 조사관이 나타나면 더욱 긴장하게 될 정도로 여성 조사관들의 증가가 국세청의 세무조사 모습에도 변화를 주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서울청·중부청 등을 포함한 지방청의 조사국에 속해있는 여성 조사관들의 수는 대략 50여명. 일선 세무서 조사과까지 합하면 그 수가 적다고 할 수 없다. 이 중에서도 지방청 조사국의 경우 조사반장을 맡아 기업 현장 조사팀을 지휘하는 경우도 있다.
그동안 여성직원들에게는 주로 문서수발이나 단순 보조업무 등이 주어져왔지만, 지난 1990년 처음으로 4명의 여성 조세범조사전문요원이 탄생한 이후 점차 그 비중이 늘어나면서 최근 5∼6년 전부터 여성 세무조사관들의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이처럼 여성 세무조사관들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실제 세무조사가 이뤄지는 현장의 모습도 예전과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
여성 세무조사관들의 경우 꼼꼼한 일처리에다 보통 남성이 대부분인 사업장의 세무조사에서 상대적으로 접촉이 적어 투명성도 더 높아질 수 있어 여성 직원이 조사에 참여함으로써 보완될 수 있는 측면이 많다는 게 국세청 안팎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조사영역에서 점차 역할을 확대해가고 있는 여성 세무조사관들이 실제 업무에서도 차질없이 무난히 조사를 소화해가면서, 그동안 '여성은 조사업무에는 적성이 안맞을 것 같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는 평가도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조사를 받는 일선 기업에서는 예전과 다르게 바뀐 세무조사 환경에 다소 어려움을 겪는 측면도 있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세무조사에 여성 조사관들이 포함돼있는 만큼 이들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난감할 때가 많다는 것.
한 기업체 재경담당 관계자는 "여성 세무조사관의 경우 지적사항을 나름대로 세세하게 챙겨서 잘 찍어준다는 장점이 있다"며 "그러나 한편으로는 농담도 건네기 힘들어 대하기 서먹서먹하기도 해 어려운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한 여성 세무조사관은 "여성 조사관들의 경우 남자 직원들이 간과하는 점들을 집어내는 세심하고 꼼꼼한 강점이 있어 수검자들은 여직원이 조사할 때 더욱 움츠리는 측면도 있다"며 "조사업무는 여성 직원이냐 남성 직원이냐의 성별 차이보다 개인의 능력 차이에 따라 다른 것이라는 점이 점차 드러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