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구인성공률, 팬데믹 이전 하회…향후 임금상승 압력으로 작용”

5일 한국은행은 ‘BOK이슈노트: 베버리지 곡선을 통한 노동시장 평가-미국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최근 들어서는 국내 구인 성공률이 팬더믹 이전 수준을 하회함에 따라 과거 2년간과 다르게 향후 임금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에서는 우상향한 베버리지 곡선(Beveridge curve)을 중심으로 경기 관련 논쟁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보고서는 베버리지 곡선 분해를 통해 한국과 미국 노동시장 상황을 비교하는 한편 베버리지 곡선 변화가 임금, 경기, 실업률갭에 어떠한 시사점을 갖는지 살펴봤다.

베버리지 곡선 분해 결과 한국과 미국은 매칭 효율성에서 큰 차이를 보였으며 이로 인해 베버리지 곡선 움직임이 차별화됐다. 한국은 매칭 효율성이 개선된 반면 미국은 악화됐는데 이는 양국 간 노동공급 차이에 주로 기인한다.

한국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노동공급이 빠르게 회복된 반면 미국은 자발적 퇴직 증가(great resignation), 이민 감소, 대규모 재정지원(실업급여 확대)으로 인한 노동공급 부족(labor shortage) 문제에 직면했다.

우리나라는 감염병이 크게 확산된 시기를 제외하고 경제활동참가율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꾸준히 상회한 반면 미국은 팬데믹 초기 경제활동참가율이 큰 폭 하락한 이후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을 하회했다. 기업의 구인 성공률(Job filling rate)을 보더라도 국내에서는 노동공급이 충분히 이뤄지면서 2020~21년 중 크게 상승한 반면 미국은 일시적 상승 이후 팬데믹 이전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올해 들어서는 구인 성공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하회함에 따라 향후에는 임금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노동공급 부족에 직면한 미국은 2021년 이후 구인 성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임금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빈일자리가 전례 없이 큰 폭으로 쌓이면서 경기 논쟁(연착륙 vs 경착륙)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빈일자리가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에 경기 논쟁의 여지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금리인상을 통해 노동수요가 줄어들더라도 실업률의 큰 변화없이 빈일자리만 감소할 것이라고 기대(downward shift of the curve)하는 반면 Blanchard 등은 실업률 상승 없이 빈일자리만 감소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역사적으로도 그런 사례는 없다고 주장(along the curve)했다.

국내 노동시장은 정점을 지나면서 빈일자리가 줄어들고 실업률은 자연실업률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마지막으로 베버리지 실업률갭 추정 결과 한국에 비해 미국의 노동시장이 더 tight한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는 미국 내 노동공급 부족과 그에 따른 빈일자리율 큰 폭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풍부한 노동공급에 기반한 구인 성공률 상승은 지난 2년간 국내 임금상승 압력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기업이 빈일자리를 채우기 쉬울수록 높은 임금을 제시할 유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며 말했다.

이어 “다만 올해 들어서 구인 성공률이 팬더믹 이전 수준으로 하락했다. 과거 2년간과 다르게 향후 임금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