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러시아에 새로운 4개 지역이 생겼다"며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의 합병을 선언했다. <사진 로이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규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남부 점령지 4곳에 대한 병합 공식 선포를 강행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 땅인 병합 지역이 공격을 받으면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해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남부 자포리자주, 헤르손주의 친러시아 행정부 수반들을 크렘린궁으로 불러들여 병합 조약에 서명했다며 푸틴 대통령의 연설을 전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합병 기념식 연설에서 “미국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2차례 핵무기를 사용하는 선례를 남겼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합병된) 영토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에 4개 지역이 새로 생겼다. 이곳 주민들은 영원히 우리 시민이 됐다는 걸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듣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이 이미 핵무기를 사용한 만큼 러시아도 병합 지역이 공격받으면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NYT도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계속해서 무기 지원을 하고, 러시아가 만족할 만한 해결책에 우크라가 따르도록 압력을 넣는 것을 거부한다면 푸틴 대통령은 핵 옵션에 의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합병안에 서명하자 대국민 연설을 통해 “전체 영토에서 점령자를 축출하고 우크라이나를 강화하는 것이 평화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에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라고 촉구한 것에 대해서는 “푸틴은 위엄과 정직이 무엇인지 모른다”며 “우리는 러시아와 대화할 준비는 돼 있지만 (푸틴이 아닌) 다른 러시아 대통령과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별도의 텔레그램 메시지에서도 "푸틴이 대통령인 이상 러시아와 어떤 협상도 없을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푸틴과의 대화를 거부했다.
한편 유엔 안보리에서 합병 규탄 결의안 채택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가운데, 미국은 대규모 대러 추가 제재에 나섰다.
미국은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와 의원 등 300여 명에 대한 제재는 물론 러시아 방산업체에 조달을 지원한 제3국 업체들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EU(유럽연합)도 강도 높은 8차 제재안을 곧 내놓을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나토 동맹은 단 한 치의 나토 영토도 완벽하게 지킬 준비가 돼 있다. 푸틴은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제재에도 러시아는 오히려 핵 위협으로 맞서고 있고, 우크라이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세여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또 한번의 고비를 맞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