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과 열린정책연구원이 30일 공동 개최한 의원 워크숍을 통해 김근태( 金槿泰) 의장체제 출범후 정향성을 잃은듯 혼동스러웠던 당 정책기조에 다시 반듯한 레일이 놓이게 된 셈이다.
강봉균(康奉均) 정책위의장은 기조발제를 통해 ▲부동산 ▲조세 ▲대북.한미공조 ▲경제활성화.일자리 ▲한미 FTA 등 주요 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총론적으로는 참여정부의 개혁정책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각론에서는 실용주의적 정책요소를 가미해 '부분적 손질'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요약된다.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민심의 변화를 정책적으로 소화해내지 못하면 당의 존립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물론 기존의 '개혁 지상주의'적 정책기조에 대한 반작용 성격도 있다.
강 정책위의장은 "선의의 개혁과제를 추진했으나 개혁의 본질상 단기적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국민들에게는 민생을 소홀히 하는 정부.여당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고, 이는 당의 지지기반인 서민.중산층의 지지를 상실케 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좌표설정은 당.정.청을 아우르는 여권 전반의 정책기조가 일정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관측도 가능케하고 있다. 29일 청와대 만찬회동에서 당.청 수뇌부가 부동산 정책을 놓고 '주파수'를 맞춘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 정체성과 직결된 정책 어젠다를 선점해놓음으로써 지지층 결집효과를 노리려는 중장기적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부유층 중과, 서민부담 완화" = 부동산 정책은 8.31 대책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서민.중산층의 관련 세부담은 적극 덜어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에 따라 부유층에 적용되는 종합부동산세와 1가구2주택 이상 양도세 중과 조치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투기목적 없이 1가구1주택을 장기보유한 서민.중산층의 세부담(재산세.거래세)은 과감히 줄여놓는다는 입장이다.
◇ "증세는 없다" = 조세정책 역시 서민.중산층의 세부담 완화 쪽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인위적으로 세금을 늘리는 정책을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저출산.고령화 복지대책을 추진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지만 이는 정부 예산의 '군살빼기'(재정지출의 구조조정)를 통해 충당하겠다는게 우리당의 설명이다.
우리당은 이에 따라 ▲조세감면 제도의 선별적 단계적 축소 외에 세목신설이나 세율인상을 하지 않고 ▲근로소득세의 증가를 최대한 억제하며 ▲영세사업자들에 대한 세부담을 최대한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 "한미공조는 확고히" = 대북정책과 한미공조 정책은 보수층을 중심으로 만연해있는 '불안감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북지원은 현행 보다 신중을 기하는 쪽으로, 한미공조는 보다 더 강화하는 쪽으로 스탠스를 고쳐잡았다.
강 정책위의장은 "대북사업은 더욱 세심하고 투명한 정책을 추진하고 국민설득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미국과는 확고한 안보협력체제를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내수진작 총력" = 우리당이 강구중인 경제활성화 정책은 철저히 '바닥경기'의 회복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양극화와 '고용없는 성장'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내수경기를 진작시키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총력전을 펴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당은 이에 따라 기업 투자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추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구체화, 노사관계 선진화 개혁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 "한미FTA는 사전준비 철저" = 대표적인 대외개방 정책인 한미 FTA는 일단 차질없이 추진하되, 철저한 사전준비와 보완책을 강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강 정책위의장은 "졸속추진이라는 비난 등을 비롯한 많은 장애요인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당은 당내 'FTA 특위'를 보강해 사전 준비상황을 철저히 점검하고, 국회 FTA 특위를 설치해 협상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보완대책을 준비토록 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