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매체 "러시아가 핵무기 실제 사용할 위험 낮아"
최준영 "나토 5개 동맹 공군기지에 전술 핵무기 배치"
"전술핵 사용시 미국에서 발송한 'EMA' 코드 입력해야 활성화"
유럽,핵사용해야 할 경우 미국이 손놓고 있을까봐 전전긍긍
전술핵 사용시 전차 4,50대 격파...군사적 실효성 의견 엇갈려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사진:로이터통신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흑해 상공에서 핵탄두를 폭발시킬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9일 푸틴 대통령이 강제 병합한 지 20일 만에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해 더 강력한 군사 작전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국 BBC는 헤르손 지역 행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길 원한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점령지를 반격할 경우 러시아는 이를 자국 영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특단의 조치’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핵심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저지하기 위해 영토 일부를 거주 불가능한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위협하며 최후의 수단으로 전술핵을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서방 매체들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러시아가 핵무기를 실제 사용할 위험은 아직 낮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은 19일 KBS라디오 '홍사훈의 경제쇼'에서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이 예전에는 가능성이 전혀 없었지만 전세가 불리해지면서 지금은 꽤 높아졌다"면서도 "아직 상황이 급박하지 않아 당장 사용한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사진:KBS라디오 '홍사훈의 경제쇼' 방송 캡처
최 전문위원은 "세계 최대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가 노골적인 위협을 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서방 국가들 입장에서는 진지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내년에도 (상황이) 좋아질 가능성은 사실 별로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 전문위원에 따르면 유럽 대륙에서 핵을 보유한 국가는 영국 프랑스이고 나토 5개 동맹(네덜란드· 벨기에· 이탈리아· 터키· 독일)은 핵을 보유하지 않는 대신 공군기지에 전술 핵무기라고 분류되는 'B-61' 자유낙하 폭탄이 배치돼있다. 현재 '스테드패스트 눈'이라고 불리는 나토 군사훈련은 자국의 전투기에 폭탄을 탑재해 실제로 투하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훈련이며 매년 해오던 정례적인 훈련이라고 전했다.
그는 "나토 회원국들은 핵무기를 투하할 수 있는 전투기들을, 미국은 거기에 실리는 핵폭탄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평소에 핵무기는 미국이 배치한 탄약지원대대가 관리하고 있고 각 공군기지에 배치돼 있는 전술 핵무기에 대해선 해당 국가의 정부가 접근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사시에 핵 공격을 받아 전략핵이 아닌 전술핵으로 반격할 경우 미국에서 긴급 행동 메시지 'EMA'라는 코드가 발송이 된다. 각 전술핵이 배치된 기지에 있는 탄약 지원대는 이 코드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해당 코드를 핵폭탄에 입력을 해야 활성화 된다"면서 "유럽 국가들이 (독단적으로) 전투기 F-16에 핵무기를 실어 전장에 나가도 터지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그는 미국이 자국의 공군기로 직접 전술핵 폭탄을 탑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1950년대 3차 세계대전 발발의 공포감이 커지면서 미국의 일방적인 핵사용을 막기 위해 유럽 국가들이 미국과의 타협을 통해 핵무기 사용에 대힌 부분 통제권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며 "그에 따라 유사시 전술 핵무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전투기는 유럽국가가 제공하는 비행기"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유럽 국가들의 생각이 복잡해졌다고 한다. 그 전에는 미국이 마음대로 핵전쟁을 일으킬까 봐 걱정했다면 최근에는 핵을 사용해야 되는 상황이 됐는데도 미국이 그냥 손놓고 바라만 보고 있을까봐 (코드를 전송해 주지 않는) 고민이라는 것이다.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 시험 발사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최 전문위원은 1970~1980년대부터 핵미사일 배치와 관련해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입장차이를 드러냈다고 했다. 그는 "당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주력했던 소련은 대상을 미국이 아닌 유럽으로 바꿔 1970년대 중반부터 서유럽을 겨냥한 신형 중거리 핵미사일 'SS-20'을 배치하기 시작했다"면서 "미국 입장에서는 중거리 핵미사일이 최소한 미국 본토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 판단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서독은 방패막이로 이용될 수 있다는 공포감에 유럽 지역에 신형 중거리 미사일인 '퍼싱-2' 미사일을 배치해달라고 요구했고 1979년 '퍼싱-2' 108기와 크루즈미사일 464기의 배치가 결정됐다고 했다.
그는 "'퍼싱2' 미사일은 핵미사일 기지에 대한 핀포인트(정밀한 폭격) 공격이 가능해 소련은 선제 공격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게 됐다"며 "결국 핵전쟁으로 모두 지옥으로 갈 수 있겠다는 공포감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1987년 미국과 소련은 중거리 핵미사일 폐기협정(INF)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독자적인 핵전력을 가진 나라들을 제외하고는 현재 유럽 대륙의 중거리 핵미사일은 다 사라졌다"며 "B-61 자유낙하 폭탄만 미국과 나토의 핵공유 형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핵공유 형태는 옛날식 개념"이라며 "지금은 사정 약 1000㎞의 '스탠드오프 미사일'(충분한 거리에서 발사 될 수있는 미사일)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최 전문위원은 "요즘 전술 핵무기의 특징은 폭발력을 조절할 수 있으며 다양한 수단으로 터뜨릴 수 있다. 보통 전술핵을 던지면 전차 4,50대 정도를 일거에 격파할 수 있는 정도 수준"이라며 "핵무기를 사용하면 세상이 무조건 끝날 것 같다고 생각들을 하는 데 냉정하게 군사적으로만 보면 실효성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의견들이 엇갈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 입장에서 봤을 때 전술핵 관리 유지 비용도 큰데 굳이 갖고 있어야 되느냐는 불만이 많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핵 위협 수준이 높아지면서 여론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