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 본사를 둔 리서치 회사 IC와이즈(ICwise)의 구 웬준(Gu Wenjun)은 연구 노트를 통해 “중국 반도체 산업에 있어 지금이 가장 어렵고 혹독한 시간일 것”이라며 “과거 화웨이 등 일부 통신장비 제조업체에 그쳤던 규제가 중국의 첨단 칩 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해 전면적인 제재를 가하는 전쟁이 선포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할 수 있는 즉각적인 대응은 특히 미확인 목록에 들어가 있는 31개 회사에 규정을 준수토록 함으로써 미국에 관대함을 요청하는 방법뿐이지만 대부분의 칩 제조사에 끔찍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7일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은 139페이지 분량의 문서에서 중국의 고급 칩 기술 확보를 막기 위한 미국의 기술과 장비 및 인재 사용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특히 미국 동맹국의 기술수출도 제한을 가함으로써 중국을 완전히 고립시키고 있다.
가베칼 드래고노믹스(Gavekal Dragonomics) 산하 연구팀인 패덤 차이나(Fathom China)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최근 봉쇄조치로 인해 중국의 가장 중요한 반도체 회사 상당수가 파괴, 손상 또는 기술적 퇴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제재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하다. 기술적 괴롭힘이라고 주장했지만, 보복 조치라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고 국영 중국반도체산업협회(CSIA)도 ‘자의적이고 차별적’이라는 정도의 논평만 냈을 뿐이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납작 엎드리며 미국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목록에 포함된 31개 기업이 미국의 감사에 동의하면 더욱 엄격한 제재 목록에 포함되는 것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베이징에 본사를 둔 반도체 장비 나우라 테크놀로지(Naura Technology Group)는 미국 엔지니어들에게 연구작업 중단을 지시하는 한편 미국 정부 관리들과 접촉하고 있다.
목록에 포함된 중국 최고 메모리 칩 제조업체 YMTC도 지난주 성명을 통해 자사의 비즈니스 관행은 글로벌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미국 여권이나 영주권을 소지한 직원들에게 회사를 떠나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핵심은 중국이 미국의 제한 속에서 어떻게 칩 기술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냐이다.
BIS의 수출 관리 차관보인 테아 D. 로즈만 켄들러(Thea D. Rozman Kendler)가 말했듯이 이 조치의 목적은 중국에 대해 ‘가능한 큰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중국의 칩 제조기술이 미국의 임계값에 도달하면 서비스 및 공급을 중단할 수 있는 규정에 따라 현지 산업이 영구적으로 뒤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화웨이의 전 수석 기술자는 화웨이가 미국의 규제목록에 오른 후 회사의 칩 설계 운영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제재가 강화되면 많은 중국 칩 설계회사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entre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그레고리 C. 앨런(Gregory C. Allen) 선임연구원은 “유럽, 일본, 대만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인수합병과 강제 기술 이전을 막으려는 미국의 의도가 더욱 강해졌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