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없는 검은 리본 착용' 지침에 혼선, 野 "누가 무슨 이유로 지시했는지 밝혀야"

더불어민주당은 1일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글자가 없는 검은색 리본을 착용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에 대해 "글자 없는 검은 리본 착용,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와 근거로 이 같은 지시를 내렸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윤석열 정부가 중앙과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국가 애도 기간 중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착용하도록 하는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지침을 하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수석대변인은 "이 같은 지시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많은 공무원들이 근조 리본을 뒤집어 착용하는 황당한 모습까지 연출됐다"며 "과거에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착용한 전례가 있나. 무슨 이유와 근거로 이 같은 지시가 내려진 것인지 참으로 기괴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조'나 '추모'를 표시하면 큰일 나는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 '이태원 참사'를 '이태원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부르도록 한 지시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상식 밖의 지시"라며 "정부의 책임을 희생자와 시민, 이태원 주변 상가에 돌리려는 구체적 정황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날선 비판을 했다 .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를 '불의의 사고'로 축소시켜 정부의 책임을 면하려는 무책임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며 "정부는 국가의 책임을 면피하거나 전가할 생각하지 말고, 글씨 없는 검은 리본 착용 지시를 당장 철회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지난 10월 30일 행정안전부는 각 시·도와 중앙부처 등에 '글씨 없는 검은색 리본을 착용하라'는 지침을 보냈다.

'글씨 없는 검은색 리본'이라는 유례없는 지침에 공직사회에선 혼선이 빚어져 일부 지자체는 한자로 쓰여진 근조 리본을 달기도 하고, 급하게 글자 없는 리본을 새로 구매하거나 일부 지자체에서는 검은 리본을 구하지 못해 글자가 적힌 리본을 뒤집어 패용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혼선이 일자 인사혁신처는 1일 설명자료를 통해 "검은색 리본이면 글씨가 있든 없든 관계가 없다"며 "근조 글씨가 들어간 리본의 패용도 가능하다"고 다시 전달했다.

이어 "검은색 리본 패용 안내 이후 관련 문의가 많아서 '글자 없는' 검은색 리본으로 패용하라고 설명한 것"이라며 "국가 애도 기간 중 복무 기강확립과 애도 분위기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근조' 글씨가 없는 검정 리본을 쓰라는 지침까지 내려서 행정력을 소모할 때가 아니다"라며 "오직 희생자의 장례 절차와 추모, 유가족의 위로, 부상자의 치료 지원에만 집중해주기를 거듭 당부드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정부가 명백한 '참사'를 '사고'로 표현해서 사건을 축소하거나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현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