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1.55%→5.02%...33거래일 연속 오름세
한은 “우량기업 위주 CP 발행 지속”
◆…금융투자협회 제공
단기자금시장의 바로미터인 기업어음(CP) 금리가 처음으로 연 5.0%를 넘어섰다.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자 기업들이 앞다퉈 CP 발행에 나섰기 때문이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A1 기준 CP 91일물 금리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전거래일 대비 0.04%p 오른 연 5.02%로 집계됐다. 오전에는 연 5.0%를 찍으며 2009년 1월 15일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 초 1.55% 수준이던 CP금리는 5월 2.09%, 8월 3.01%, 10월 4.02%로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9월 21일(3.13%) 이후 3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2일 기준금리 50bp 인상으로 인해 단기시장금리가 큰 폭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CP금리는 PF-ABCP(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 시장 불안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의 영향을 받았다.
CP·단기사채 순발행액은 9월 4000억원 순상환에서 10월 3조1000억원 순발행으로 전환됐다. 반면 회사채는 3조2000억원 순상환됐다. 황영웅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CP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금융기관이 발행한 CP는 다소 애로가 있었으나, 민간기업들의 CP는 우량기업 중심으로 발행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은행권이 팔을 걷어붙였다. 20개 은행장은 이날 오전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서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하고 CP 및 ABCP 매입을 통해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 건전성 규제 강화를 유예하기로 했다. 다만 단기자금시장의 신용경색 여파는 상당 기간 지속할 전망이다. 김남종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비우량 채권의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만기가 짧아지면서 저신용·취약기업의 CP 발행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상환) 행사로 입장을 선회한 후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행사 발표 사태가 일시적으로 시장 불안을 자극했으나 당국의 지원이 장기적으로 한국물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금융센터는 “유통시장에서 한국계 외화채권의 가격 급등락이 다소 있었지만 연말까지 대부분의 발행이 완료되면서 큰 파장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외화채권 시장에서 우량 및 최초 발행사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