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 "與에도 간담회 요청…핑계 대고 안 나와, 2차 가해이자 우롱"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7일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여당 위원들이 국조위 간담회에 불참한 것을 두고 "유가족들의 얘기를 듣자고 하면 여당 야당 누구를 따지나. 이런저런 핑계 대고 안 나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고 한 번 더 유가족을 죽이는, 2차 가해로 우롱하는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고(故) 이남훈 씨 모친 박영수 씨는 7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유가족 협의체가) 민변을 통해 여당 야당 측에 모두 유가족과의 간담회를 요청했는데 여당 측에서는 한 분도 안 나오셨지 않나. 거기에 대고 뭐를 말하겠나. 당연히 나와야 되는 자리"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소속 위원 7명은 야당이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일정이라며 간담회에 불참했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여야 간 합의 없이 야당의 일방적인 국정조사 특위 강행으로 희생자 유족 면담이 이뤄진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국정조사 특위와 함께, 또는 별개로라도 언제든지 유족들을 직접 만나 뵙고 목소리를 경청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당 간사가 국조특위와 별개로 직접 만나 뵙겠다고 한 후 연락이 없었나'라는 질문에 "없었다. 저는 받은 적도 없고 일부 몇 명에게는 연락을 했을 수도 있겠다"며 "그러나 그건 유가족 전체 의견은 아니었고 연락을 하겠다면 유가족 전체에 연락해서 의견을 물어봐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 국정조사 특위 가동 등 정치적 논쟁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그저 우리 얘기만 들어주고, 사과하시고, 아이들을 위한 추모공간, 가족들 만날 수 있는 소통, (외) 저희는 바라는 게 더 없다"며 "정치적 여야 (논쟁에) 머리 쓸 시간도 없고, 잘못한 사람은 그냥 잘못했다 인정만 해주시기를 바라는데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박씨는 참사 당시 상황과 관련해 "아들하고 여자친구하고 둘이 (이태원) 갔다가 저희 아들은 못 오고 여자친구 애만 돌아왔다. 여자친구도 왜 어떻게 이렇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자기도 지금 용납이 안 된다고 (한다)"며 "잠시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깨어나 보니 제 아들이 옆에 누워 있었고 정신 차리고 나서 순천향병원까지 이송하는 과정에서 남자친구를 따라가겠다 했는데 경찰은 처음에 안 된다고 말렸다더라. 그때 당시 어떤 기자분이 '이건 아니다, 같이 태워서 보내라'고 해서 순천향병원까지 동행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이 희생자 부검을 통한 마약 검사를 제안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몇몇 유가족들한테 (부검) 얘기가 있었다는 건 사실이다. 저희도 부검을 하겠냐고 물어보더라"며 "근데 저는 이미 한 번 아픈 애한테 두 번 아프게 할 수 없어서 부검 당연히 안 한다고 했다. 그런데 왜 부검을 해야 되냐 그 경찰을 붙들고 물어보고 따져 봤어야 되는데 그걸 못한 게 암담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기자간담회 끝나고 광화문을 한번 갔다. 촛불집회하는 곳에 유가족 누구 하나라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심정으로 갔다. 용산 사저까지 갔는데 정말 놀랐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경찰 인력과 경찰 버스가 많은지 정말 너무 황당했다. 그 인원 조금이라도 배치했으면 이번 사태 절대 안 일어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가 본 용산사저 광경처럼 나라 한 분 지키는 데 온 전력을 쏟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록 제 아이는 갔지만 제가 지켜야 될 아들딸들이 아직도 많다. 저희 아이들 친구들이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에 '왜', '이건 아니지'라는 불신을 줘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10.29 참사 사태를 역사에 기록할 텐데 당신들은 뭐라고 기록할 건가. 그저 날짜, 사망 인원, 장소, 우리 정부는 최선을 다했다, 이렇게만 기록할 건가. 그건 안 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