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先법인세 정부안(25%→22%)통과·後2년유예 중재안' 제시
金 "헌법,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예산 증액·새 비목 설치 불가"
與, 중재안 환영..."대만 법인세보다 7.5%P 높은 韓에 투자하나"
野, '이재명표 지역화폐 예산 7050억 증액' 요구하며 중재안 거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오른쪽)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김진표 국회의장(가운데) 주재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내년도 예산안 합의 처리가 불발되자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원내 과반이 훨씬 넘는 제1야당도 다수당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날 밤 입장문을 내고 "헌법 제57조에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명시한 것은 정부와 국회가 오로지 국민과 민생만을 기준으로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라는 명령"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의장은 정부와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국정운영을 책임져야 할 정부·여당이 다른 정치적 득실을 따지면서 예산안 처리에 혼신의 힘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입법부 수장으로서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여야를 향해 "비록 정기국회 회기 내에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지는 못했지만,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본회의를 열 수 있도록 여야 합의를 서둘러 주시라.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책무이자 국민의 명령인 예산안 처리를 수행해야만 한다"고 호소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세제실 실장과 장·차관 역임한 조세 전문가인 김 의장은 여야가 특히 법인세 인하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지난 7일 '법인세를 현행 25%에서 22%로 낮추는 정부안을 통과시키되 시행시기는 2년간 유예'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수용하지 않고 정기국회 마감일인 이날 의장실을 찾아 '자체 수정안' 처리를 요구했지만, 김 의장이 "예산은 반드시 합의 통과돼야 한다"며 처리를 거부했다.
국민의힘은 ▲'법인세 인하'와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예산'을, 민주당은 ▲'부부 기초연금 수령자의 수령액 20% 감액 폐지'와 ▲'이재명표 지역화폐 예산 7050억 원 증액'을 각각 요구하면서 예산안의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가 불발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여야 예산안 협상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법인세는 최고가 25%이고 10%의 지방세가 붙기 때문에 27.5%다. 우리 이웃 대만은 20%의 법인세율을 갖고 있다. 공급망 재조정으로 중국에서 나오는 자본들이 법인세가 20%인 대만에 공장을 짓겠는가, 27.5%인 우리나라에 짓겠는가"라며 "법인세가 인하되면 주주와 종업원, 협력업체가 혜택을 보지 어디 재벌이 법인세 인하 혜택을 보는가"라고 반문했다.
주 원내대표는 '김 의장의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김 의장이 "민주당이 수정안을 가지고 왔는데 그것은 되지 않는다.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라. 예산안이 가장 우선"이라며 "민주당이 강하게 요구하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도 시한이 되면 처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어제 발의해 본회의에 보고됐고 72시간 안에 표결하게 돼 있는데, 민주당이 의장에게 72시간(11일 오후 2시 10분쯤)이 아닌 오늘부터 표결을 강하게 요구했다"며 "의장은 예산이 우선이라고 거부하셨지만 그 시한이 다가오면 법상 피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냐고 말씀하시면서 그 이전에 예산을 합의하고 해임건의안 문제도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뜻을 표시하셨다"고 밝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여야 예산안 협상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오후 '맞불'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법인세는 OECD 10위쯤 되고, 실효세율은 17%가량 된다"며 "외국인 투자와 관련한 논리가 '외국 투자가 대만으로 가지 않고, 한국으로 오도록 경쟁력을 보여주겠다'는 건데 기업투자란 건 세금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이익이 5억 원 이하인 기업들의 법인세율을 20%에서 10%로 낮추는 건 동의하겠다"면서 "1년에 3천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100개도 안 되는 기업을 위해 법인세를 3%포인트 낮추지 않으면 의미 없다고 하는 게 정부·여당의 온당한 태도와 인식인가"라고 반문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다른 나라들은 그들로부터 '횡재세'를 걷겠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은 그 법인의 세금을 깎아주지 못해 안달"이라며 "이들이 내는 법인세 세수가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3천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0.01%의 법인세를 낮추지 않으면 5억 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내는 법인의 세율을 낮추는 건 처음부터 없었던 일로 하자고 한다"고 덧붙였다.
|
◆ 다음은 김진표 국회의장 입장문 전문
|
◆…김진표 국회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안 보고 및 각종 법안을 처리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복합경제위기에 대처하고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내년도 예산안의 처리를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정기국회 내에 마무리하지 못했습니다. 주권자인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권한과 책임을 다하지 못해 국회의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지난 2일 제가 헌법이 정한 법정시한을 넘기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정기국회 내에 내년도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도록 촉구한 것은 대한민국이 위기관리능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점을 국회가 나라 안팎에 보여주자는 의미였습니다.
예산안 합의 처리가 지연되어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의 위기관리능력에 강한 의구심을 갖게 되면 국제금융자본의 이탈 등 한국경제의 새로운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산안은 정부 사업들의 단순한 숫자 총합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 의지와 국민과 민생을 돌보겠다는 국회의 결의가 담긴 사회적 합의문서입니다.
지금이라도 여야가 민생경제를 살리고,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예산안을 합의 처리해야 합니다.
국정운영을 책임져야 할 정부·여당이 다른 정치적 득실을 따지면서 예산안 처리에 혼신의 힘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원내 과반이 훨씬 넘는 제1야당도 다수당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합니다.
헌법 제57조에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명시한 것은 정부와 국회가 오로지 국민과 민생만을 기준으로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라는 명령입니다.
대한민국 입법부 수장으로서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비록 정기국회 회기 내에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지는 못했지만,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본회의를 열 수 있도록 여야 합의를 서둘러 주십시오.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책무이자 국민의 명령인 예산안 처리를 수행해야만 합니다.
저는 1년 반 뒤에는 국회의장 임기를 마치고 정계를 은퇴해 초야로 돌아갈 사람입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오직 중립적 입장에서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다는 충정뿐입니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해왔습니다. 미래를 향한 전진을 계속해나가야 합니다. 오직 국민과 민생을 기준으로 판단해 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