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폐수를 정화할 수 있는 나노복합필터 개발
커피는 토양을 다지는데도 효과가 뛰어나 퇴비로 사용
발열량이 높아 커피박 펠릿 연료는 캠핑난방용에 사용
스타벅스 코리아, '커피박 화분키트' 증정 캠페인 진행
◆…환경부는 커피찌꺼기를 '순환자원'으로 인정하는 개선방안을 마련해 적용한다고 밝혔다. 2022.3.15 사진:연합뉴스
커피는 이제 기호식품을 뛰어넘어 필수식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루라도 커피를 마시지 못하면 두통·산만함·우울감을 호소할 정도로 커피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국제커피기구(ICO)에 따르면 2020년10월부터 2021년9월까지 한국인의 전체 커피소비량은 15만780톤으로 연 2%씩 성장하고 있다. 같은 기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2.91kg으로 노르웨이(10kg), 스위스(7.44kg), 캐나다(6.37kg), 미국(4.89kg), 호주(4.61kg), 유럽연합(4.57kg), 일본(3.5kg)에 이어 세계 8위에 올랐다.
커피의 소비량이 늘면서 커피를 만들고 남은 커피 찌꺼기(커피박) 처리가 문제다. 보통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만들 때 약 15g의 커피 원두가 사용되며 이중 14.97g은 커피박이 되어 버려진다.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커피 찌꺼기 발생 추정량은 2019년 기준 약 14만9038t이다.
커피박 대부분은 소각처리되거나 매립된다. 소각하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₂)가 배출되고 매립하면 메탄가스(CH₄)가 나온다. 환경부에 따르면 커피 찌꺼기 1t을 단순 소각할 경우 탄소 배출량은 338㎏으로 자동차 1만1000대가 뿜어내는 매연의 양과 맞먹는다. 메탄가스(CH4)는 이산화탄소보다 34배의 온실효과를 발생시켜 더 심각하다.
이에 커피박의 재활용을 목적으로 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커피 찌꺼기와 생분해성 고분자를 이용해 구리이온 제거용 나노복합필터를 개발 사진:KIST 홈페이지 캡처
최근 국내 연구팀이 커피박으로 반도체 폐수를 정화하는 소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지난 4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구조용복합소재연구센터 이민욱 박사 연구팀은 동국대학교 화학과 김영관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커피 찌꺼기와 생분해성 고분자를 이용해 구리이온 제거용 나노복합필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커피박 표면에는 음전하를 띠고 있는 다양한 기능기들로 구성되어 있어 기존에도 양전하를 띠는 폐수 속 중금속을 흡착하는 데 활용되고 있었다. 연구팀은 복합소재 기술을 활용해 캡슐 커피 1개(약 5g)로 약 10L의 폐수를 정화할 수 있는 나노복합필터를 제조했다.
앞서 한국기계연구원에서는 2019년에 커피박을 바이오 원료로 바꿀 수 있는 ‘경사 하강식 급속 열분해 반응기’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급속 열분해 방식으로 바이오 원유를 얻는데 성공했다. 바이오 원유는 액체 형태로 저장과 운반이 편리하고 환경 오염이 적어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커피 표면에는 많은 기공이 있어 토양을 다지는데도 효과가 있다. 전남 나주에 위치한 전력거래소는 지난해 커피 찌꺼기 10t을 수거해 비료공장으로 보내 퇴비 5000포대를 생산하도록 한 뒤 관내 농가에 무상 공급했다.
또 커피박은 목재 펠릿에 비해 발열량이 높아 연료로 사용하기에 효율적이다. 커피박의 발열량은 5648.7kcal/kg로 나무껍질(2827.9kcal/kg)의 약 2배에 달한다. 커피펠릿에는 지용성 지방이 풍부해 발열 지속력도 훌륭하다. 또 셀룰로오스, 리그닌과 같은 목질계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어 CO와 분진 배출량이 적다.
영국에서는 높은 매립세로 커피박 재활용에 적극적이다. 수거된 커피박은 친환경소재 숯(Coffee Logs)과 펠릿, 바이오 디젤 등으로 판매된다. 스위스도 커피박을 펠릿으로 제조해 에너지로 활용하고 있다.
◆…커피박 펠릿 연료는 겨울철 난방이 필요하거나 캠핑난방용에 사용된다. 사진:이엔에프 에너지 페이스북 캡처
국내에서는 ENF 에너지가 2012년부터 커피박 펠릿 상용화에 성공했다. 수거된 커피박을 약 7일간 건조 및 배합 과정을 거친 후 연료로 만든다. 이렇게 제조된 커피박 펠릿 연료는 겨울철 난방이 필요하거나 캠핑난방용에 사용된다.
커피박을 업사이클링한 고양이용 모래도 탄생했다. 탈취와 제습 효과가 좋은 커피박의 성질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친환경 고양이 모래를 만든 알프래드는 국내 특허 등록과 PCT 국제 출원까지 마쳤다.
성동구에 위치한 스타트업 '포이엔'은 커피박을 수거해 바이오 플라스틱과 고형연료(숯), 혼합비료,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대형 커피전문점들도 커피박을 활용한 친환경 정책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 스타벅스 코리아는 자원순환사회연대와 '커피박 화분키트' 증정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캠페인 참여 매장은 다회용컵 이용 우수 매장 70개점이며, 친환경 활동에 동참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커피박 화분키트’를 증정한다.
◆…커피박을 업사이클링한 고양이용 모래 사진:알프래드 홈페이지 캡처
이디야커피는 친환경 캠페인 ‘블루 온 이디야’를 진행 중이다. 매장에서 수거한 커피박을 활용해 커피박 업사이클링 전문 브랜드 커피어게인과 협업해 업사이클링 굿즈를 증정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비건 뷰티 브랜드 ‘톤28’과 협업해 커피박을 함유한 천연 커피 스크럽 비누 KIT를 제작했고 9월에는 ‘커피박 인센스 키트(KIT)’를 선보였다.
다만 커피박을 재활용할 경우 주의해야할 사항이 있다. 커피박을 농업용 퇴비로 만들기 위해서는 카페인 성분을 분해 후 사용해야 한다. 카페인이 완전히 분해되지 않으면 식물의 생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설명이다. 퇴비로 사용하려면 탄소 성분이 많은 낙엽이나 톱밥 같은 것을 섞어 자연 발효를 시켜야 한다.
또 커피박에는 수분과 유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내구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건조시킨 후 건축 자재의 재료로 재활용하더라도 남아 있는 수분에 의해 건축 자재에 곰팡이가 발생할 우려가 높고, 유분이 너무 많으면 내구성 등이 저하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