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푸틴 동원령에 탈출한 러 남성 5명, 인천공항서 수개월째 발묶여"

"韓 난민신청 거부...난민 인정시 병역 논란 재점화 가능성"

CNN은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부분 동원령을 내린 후 해외로 도피한 남성 5명이 한국 당국의 수용 거부로 수개월째 인천공항에서 머물고 있다"며 이종찬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와의 인터뷰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들의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을 돕는 이 변호사는 "(5명 중) 3명은 작년 10월에, 나머지 2명은 11월에 한국에 도착해 난민심사를 신청했지만, 법무부에서 난민심사 회부를 거부해 현재까지 출국장에서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이들에겐 하루에 점심 한 끼만 제공될 뿐 나머지는 빵과 음료수로 때우고 있다"며 "옷은 직접 손세탁해 갈아입어야 하고 활동 반경은 출국장과 면세장 구역으로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 서비스를 접할 기회가 제한적인 데다, 불안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은 전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당시 한국 법무부는 '단순 병역기피는 난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심사의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전쟁에 반대하는 병역거부는 난민 인정 사유가 된다. 적어도 난민심사를 받을 기회는 주어져야 마땅하다"며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을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는 병역거부가 정치적 의견과 같은 난민협약상 사유와 관련이 있으면 난민에 해당할 근거가 된다는 것으로, 법무부 의견과 대치되는 주장이다.

앞서 난민인권네트워크 등 인권단체는 지난달 30일 법무부의 난민심사 불허로 이들 러시아인 5명이 사실상 방치돼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오는 31일 내려질 전망이다.

한편 CNN은 "18∼35세 사이의 모든 건강한 남자들이 의무적으로 군에서 복무해야 하는 한국에서 징병제는 민감한 사안"이라며 징집을 피해 온 러시아인들이 난민으로 인정될 경우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CNN은 "한국에서는 운동선수나 K팝 슈퍼스타조차 군복무를 면제받을 수 없다"며 양심적 병역거부나 대체복제와 관련한 논란도 여전하다고 부연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범죄 전력이 없는 60세 이하의 남성이 모두 징집 대상이다. 작년 9월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 선언 이후 1주일간 총 20만 명이 조지아(그루지야), 카자흐스탄 및 인근 유럽연합(EU) 국가로 도피했다.

전장에서 전투를 거부하는 군인들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의 지하 시설에 구금되며, 탈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다고 CNN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