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전월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번 동결의 의미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게 아니라 과거처럼 상황을 보면서 추가인상을 결정하자는 것"이라며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서도 1명의 금통위원은 3.5% 동결을, 다른 5명의 금통위원들은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 두자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한은이 14일 공개한 '2023년 제4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의하면 금통위원 6명 중 5명의 금통위원들은 물가, 성장, 금융상황, 환율, 주요국 통화정책 등 국내외 경제여건을 살피면서 추가 긴축 여부를 결정하자는 의견을 개진했다.
A 금통위원은 "그간의 금리인상 효과가 성장, 물가, 금융 등 경제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금리정책의 파급시차가 수분기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그 효과는 향후 증폭될 수 있다"며 "특히 금년 하반기로 갈수록 국내 성장회복세와 물가상승 둔화세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금번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그동안 금리인상의 효과와 추후 국내외 경제여건의 전개상황을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금번의 기준금리 동결이 통화정책의 긴축기조 완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향후 기준금리 운영에 있어 물가안정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추가인상 여부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며 "물가는 완만한 둔화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확산, 공공요금 인상의 2차 파급효과, 국제유가와 환율의 재차 상승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으로 내외금리차가 예상보다 확대될 경우 원화절하 압력이 커지면서 국내 물가와 성장에 대한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도 필요하다. 앞으로 물가를 중심으로 국내외 경제여건의 전개상황을 점검해 나가면서 추가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B 위원은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그간의 금리인상이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 가면서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현재의 3.50%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확고히 해 나가야 한다"며 "따라서 향후 물가상승률의 하향 안정세가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추가 금리 인상을 통해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라고 했다.
C 위원 역시 "주택가격의 지속적인 하락, 가계신용 증가세의 둔화, 실물투자 부진, 고용 및 임금 증가세 둔화 등으로 보아 긴축적 통화정책의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빠르게 안정시키기 위한 추가 긴축을 고려할 수 있겠으나 지난 1년 반에 걸쳐 기준금리를 300bp 인상하였으므로 현 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추가적 편익은 매우 작거나 불확실하며 그보다는 경제회복력을 과도하게 위축시키거나 금융안정 측면에서의 리스크를 높일 가능성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극복 과정에서 분배지표가 악화했던 경험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하여 3.5%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D 위원은 "금융시장의 경우 단기금리가 하락하고 회사채 신용스프레드가 축소되는 등 위험회피심리가 완화되면서 안정적인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그간 과도했던 레버리지가 조정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부동산 관련 업종 대출의 연체가 늘고 있는 가운데 주택가격의 급격한 조정이 가세하는 경우 신용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금번에는 기준금리를 현 3.50% 수준에서 동결하고 그동안의 긴축이 실물경제 및 물가에 주는 영향을 지켜보는 것이 적절하다"라면서 "주요국의 추가적 긴축에 따른 내외금리차 확대가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향후 물가와 성장 추이, 금융시장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추가 긴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E 위원은 "금리 인상의 파급경로 및 영향을 확인함과 동시에 최근의 금융경제 여건이 과거 평균적인 수준보다 긴축적 통화정책의 효과를 확대 또는 축소시킬 여지가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의 높은 가계부채 비율과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긴축적 기준금리 수준과 맞물려 실물경제에 대한 긴축 강도를 높이고 금융불안정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 반면 공공요금 인상 등에 따른 기대 인플레이션의 상향 조정은 통화정책의 물가 둔화 효과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기준금리의 추가적 인상 여부와 관련지어 중요한 변수는 물가다. 그러나 국내외 경기회복 정도, 국제유가, 환율 등의 측면에서 물가 경로상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미 연준의 통화정책 등 여건 변화에 따른 환율 변화를 주목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내외 금리차는 기계적으로 작동하지는 않지만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입, 경상수지 추이와 맞물려 시장 기대의 급격한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여건상 환율 변동성 확대는 물가와 금융안정 모두에 영항을 미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F 위원은 "이번 통방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3.5%에서 3.75%로 25bp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5bp 인상이 경기에 다소 위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겠으나 대외여건이 호전되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진행되어온 부동산시장의 위축 속도도 최근 완화되는 움직임을 보여 연착륙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나아가 가계부채의 디레버리징이 원활히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며 무엇보다 한국은행으로서 최우선시해야 할 물가안정의 진행 경로에 부수되어 있는 현재의 불확실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궁극적으로 인플레의 장기 지속가능성을 낮추고 이에 따른 추후 정책대응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통화정책은 그간의 금리인상의 파급영향, 물가경로, 경기와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점검하면서 금리의 추가 조정이 필요한지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