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모든 사태를 '남의 탓(정치권과 언론)'으로 꾀어 맞추려고 하는 모습만 보일 뿐 스스로 돌파해 갈 자세가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인사를 둘러싼 논란만 놓고 따져보자.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인사수석, 홍보수석들은 인사 시스템의 투명성 강조에 열을 올려왔다. 어느 정권보다 깨끗하고 투명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청와대가 강조해온 혁신적인 '인사 시스템'의 기능이 저하된 모습이 역력하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건강보험관리공단 이사장에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을 내정한 것은 이 같은 '투명한' 혁신 인사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됐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
"민선 대구 남구청장을 역임한 이재용 신임 환경부 장관은 대구환경운동연합 및 대구공해추방운동협의회를 창립해 환경운동을 주도해 온 환경운동가로 91년 구미공단 페놀유출 사태 해결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초대 집행위원 출신"
지난해 6월 28일 청와대가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을 내정하며 발표했던 발탁배경이다. 그 당시에도 '인사논란'은 있었지만 그의 환경운동가 경력이 이 같은 논란을 불식시켰다.
그러나 환경전문가임을 내세웠던 이재용 전 장관이 '환경'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건보공단 이사장에 내정된 것은 '보은인사'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재용 전 장관이 건보공단과 연관된 것을 굳이 찾자면 치과대학를 나와 치과를 경영한 것뿐이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내정자가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환경장관에 임명됐고, 올해 5.31 지방선거에서는 대구시장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경력을 빗대 전형적 보은인사이며 '해도 너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나마 건보공단 이사장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 치과경영 경력도 치과진료가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비보험 진료가 대부분이란 점에서 비춰볼 때 억지에 가깝다. 이런 억지까지 동원해야 할 만큼 참여정부와 뜻이 통하는 인물이 없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청와대는 최근 거듭되던 '인사논란'과 관련한 언론보도와 정치권 주장에 대해 "대통령 고유의 인사권은 헌법적 권한"이라며 "대통령의 인사권을 흔들지 말라"는 등의 주장으로 맞대응하기에만 바빴다.
노무현 대통령도 여기에 그치지 않고 "뜻이 맞지 않는 사람과 일하라는 말이냐"며 코드 인사의 합당성에 대해 주장했다. 그러나 '뜻이 맞아야 하는 것'이 '적합한 능력과 전문성'을 뛰어 넘는 인사의 우선순위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들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참여정부의 인사정책에 더 이상의 신뢰를 보내고 있지 않다. '인사가 만사'라면 정부 스스로 인사 시스템이 공정하다고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투명하고 합리적 인사가 필요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