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재정비·주택공급 증대 필요"
"부동산 가격안정은 정부정책 효과 아니다"
지난해 정부가 마련한 8.31 부동산 종합대책이 발표된지 1년이 흘렀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또한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는 추세에 있는데 이것이 과연 8.31 대책의 효과일까?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3일 서울 종로 4.19혁명기념도서관에서 개최한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종합적 비판 정책토론회'에서 학계 및 건설·경제 전문가들이 모여 이 같은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실패'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강남 등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세금부담을 과도하게 늘렸다는 것.
특히 정부가 다른 정책적인 밑그림 없이 수요억제를 통한 가격안정만을 목적으로 한다는 방향성의 문제와 함께 실질적인 공급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근 전국적으로 안정추세에 있는 부동산 가격도 정부의 '엄포'에 따른 일시적인 시장위축현상일 뿐, 정책에 의한 긍정적 효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음은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에게 제시한 일괄 질의에 대한 답변내용.
1.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본질적 문제점은?
2.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개선과제를 꼽는다면?
3.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가격안정현상이 8.31 대책 등 정부정책의 효과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말해달라.
■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1. 우선 정책의 타겟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민감한 경제이슈를 정치화시키고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해 지지기반을 확충한 것이 만병의 근원이다. 정부의 테크니컬한 정책이 맞았나, 틀렸나 여부에 대해서는 평가할 가치도 없다. 출발부터 잘못됐기 때문이다.
2. 한발짝 물러서야 한다. 정부가 이제와서 부동산정책에 대해 새로운 시도를 할 것도 아니고, 우선 원상복귀를 포함해 어떤 부분에 대해서라도 손대지 않는 게 낫겠다. 지금 단계에서 기다렸다가 1~2년 후 손봐야 할 것.
3. 현재 부동산시장을 보면 실질적으로 거래세는 내려가지 않았기 때문에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1~2년 지나면 정책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얼어붙은 시장 때문에 가격이 내려간 것이다. 전반적으로 관망추세이며, 정부 정책의 작위적 효과는 아니라고 본다.
■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1.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올인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모든 분야에 정부가 개입한 것도 문제다. 가격안정을 목표로 수요를 억제하고 지역개발을 과도하게 한 것도 원인이다. 애초부터 정부가 목표를 과도하게 잡았기 때문에 누가 평가하더라도 실패라고 보게 될 것.
2. 정부의 정책 중 실거래가 등기부 등재 제도는 중장기적으로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잘한 제도다. 다만 납세자에 대한 벌칙성 세부담 증가와 공급을 저해하는 규제 등에 대해서는 정비가 필요하다.
■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1. 특정지역을 타겟으로 했다는 것이 문제다. 강남의 부동산 가격상승에 대해 배아파한 국민들 탓에 포퓰리즘이 작용한 문제도 있다. 국민 전체가 시장경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2. 그냥 정상화하면 된다. 근본적으로 공급부족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공급을 늘려야 할 것.
3. 지금까지 부동산 가격을 제대로 맞춰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 김상겸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1. 경제문제에 대해 정치적 목적으로 무리수를 뒀기 때문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결국 정부가 시장가격을 정하는 데서 나오는 문제라고 본다.
2. 우선 부동산 관련 세제를 정상화해야 한다. 가격문제는 공급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90년대 초반 분당, 일산 등 신도시 주택 200만호일 때 가격이 잠시 잡힌 적이 있다. 다만 사람들이 몰려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려줘야 효과가 있을 것.
3. 정부의 고단위 정책이 나오면 몇 달간 시장이 안정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정책의 약발이 먹혀서가 아니라 시장이 겁을 먹고 움츠리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부동산 관련 정부정책이 나오면 계속 그런 추세였다.
■ 서승환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1. 정책을 잘 디자인했어야 하는데, 많은 부분이 설익었다. 검증도 제대로 하면서 진행해야 했다.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와 같은 방향은 옳았지만, 정책 디자인이 문제였다. 경험부족이 아니었나 하는 느낌이 좀 있다.
2. 근본적인 개선여지는 없다. 단지 종합부동산세 대상 고가주택의 가격 등 소소한 결함들에 대한 조정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분명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3. 문제는 단기적으로 가격에 영향을 주는 사람들의 기대심리인데, 최근 부동산 가격안정은 정부당국자의 '버블세븐' 발언 효과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어떨지는 두고봐야 알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