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의 KB' vs '진옥동의 신한', ‘리딩뱅크’ 레이스 1Q 승자는?

KB금융 당기순익 1조4976억원…신한금융 1조3880억원

계열사 간 증권, 보험은 KB 우위…카드부문만 신한

‘알뜰한’ KB, 영업이익경비율 큰 폭 개선…신한, 소폭 늘어

자산건정성·자기자본충실도 모두 ‘양호’

'2023년 리딩뱅크 1Q(분기) 레이스'에서 윤종규 회장의 KB금융그룹이 진옥동 회장이 이끄는 신한금융그룹을 당기순이익 약 1000억원 차이로 앞서며 마감됐다. 지난해말 당기순이익 기준 '리딩뱅크' 자리를 신한금융에 내준 KB금융이 '와신상담' 설욕전을 펼친 셈이다.

원래 리딩뱅크는 자금 운용, 금리 조정 등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는 은행을 뜻한다. 미국의 JP모건, 씨티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언제부터인가 단순히 순익 규모가 가장 큰 은행을 '리딩뱅크'로 칭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KB와 신한 두 금융그룹은 리딩뱅크 경쟁의 '투톱'이라고 볼 수 있다. 두 그룹의 경쟁은 2017년 신한이 9년간 군림했던 1위 자리를 KB가 '찬탈'하면서 본격화됐다. 절치부심한 신한은 이듬해 곧바로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내며 왕좌를 되찾았다.

이에 KB는 3년의 와신상담 끝에 2021년 다시 1위를 탈환했다. 하지만 2022년 리딩뱅크 자리에는 간발의 차이로 신한의 이름이 되새겨졌다.

이처럼 엎치락뒤치락 해온 두 그룹의 경쟁은 올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1분기에는 KB가 앞서나가는 모습이다. 두 그룹의 1분기 실적발표 내용을 통해 리딩뱅크 경쟁의 면면을 살펴본다.

◆ 누가 더 잘 벌었나 KB는 1분기 중 1조4976억원을 벌었다. 전년동기 1조4606억원 대비 2.5% 증가한 수치다. 신한은 1분기 당기순이익 1조3880억원을 시현했다. 전년동기 1조4004억원과 비교해 0.9% 감소했다.

구체적인 이익 구성을 살펴보면, 순이자이익은 KB가 2조7856억원(5.1% 증가), 신한이 2조5401억원(2.0% 증가)으로 KB가 우위를 보였다. 비이자이익은 KB는 1조5745억원으로 전년 8861억원 대비 77.7% 성장했다. 신한도 1조32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과 비교해 17.0% 증가했지만 KB의 성장폭이 더 컸다. 두 그룹의 순이자마진(NIM)은 KB 2.04%, 신한 1.94%였는데 이는 전년보다 각각 13bp, 4bp 확대된 것이다(1bp=0.01%p).

주요 계열사별로는 국민은행이 전년보다 4.7% 줄어든 931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반면 신한은행도 같은 순이익 9315억원(7.9%↑) 으로 동일한 실적을 올렸다.

카드는 신한이 1167억원(5.2% 감소)을 벌어 KB의 820억원(31.0% 감소)을 앞섰다. 증권은 KB가 1406억원(23.0% 증가)으로 신한의 1194억원(14.9% 증가)보다 더 벌었다. 보험은 KB손보 2538억원(25.7% 증가), KB라이프 937억원(1603.6% 증가) 등 KB가 347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신한라이프는 1338억원을 벌었는데 이는 전년보다 4.8% 감소한 수치다.

전반적으로 계열사 간 경쟁에서 증권, 보험 부문에서 KB가 우위를 유지했고 카드 부분에선 신한이 앞섰다. 은행 부분에선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그룹 순이익에서 비은행부문의 비중은 KB가 37.8%, 신한이 37.0%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누가 더 알뜰했나 KB금융의 일반관리비는 1조566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7% 증가했다. 주요 항목별로는 종업원급여가 9497억원으로 0.4% 줄고 각종 물건비는 3553억원으로 21.8% 늘어났다. 감가상각비는 2055억원으로 8.3% 증가했다.

신한금융의 판매관리비는 1조355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8% 늘어났다. 종업원관련비용이 8749억원으로 6.2% 증가했고 감가상각비가 1741억원으로 9.4% 늘었다. 기타 일반관리비는 3069억원으로 16.6% 증가했는데 그중 제세공과금이 528억원으로 31.8% 더 썼다.

KB금융의 영업이익경비율(CIR)은 35.9%로 작년 연간보다 14.3%p 개선됐다. 신한금융의 3분기 CIR은 37.9%로 안정적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KB보다 소폭 높았다. 두 그룹 경영을 살림살이에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KB금융 쪽이 더 알뜰했다고 할 수 있다. ◆ 누가 더 건강한가

금융그룹의 건강 상태는 자산건전성과 자기자본충실도 두 가지로 진단할 수 있다. 자산건전성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는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이다. KB의 3월말 NPL비율은 0.43%로 전년동기 대비 0.12%p 악화됐다. 신한의 3월말 NPL비율은 0.47%로 전년대비 0.10%p 높아졌다. 두 그룹 모두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절대치에 있어서는 KB 쪽이 우위라 할 수 있다.

자기자본충실도를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는 자본비율이다. 자본비율에는 자기자본(BIS)비율, 기본자본(Tier1)비율, 보통주자본(CET1)비율 세 가지가 있다. 통상 BIS>Tier1>CET1 순이다.

KB의 3월말 현재 자본비율은 각각 16.84%, 15.52%, 13.67%를 기록했다. 지난해말과 비교해 모두 개선됐다. 신한의 자본비율은 16.8%, 14.7%, 12.5%로 집계됐다. 신한은 세 지표 모두 작년말보다 악화됐다.

두 그룹의 자본충실도는 딱히 우열을 가리기 어렵고 둘 다 감독 당국이 요구하는 기준치를 웃돌고 있으므로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