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 경제 악화론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 경제 위기론도 뜨겁다. 실제로도 경제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은행이 팍팍 나가 떨어지고 있고, 한국에서는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중국이 제2의 한한령을 은근히 재개할 것인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반응은 도무지 탐탁하지 않다. 국민의 속을 시원하게 할 만한 정책이 나와 본 적이 드물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행정 능력은 세계 최고권에 속한다는 평가가 있다. 실제로 한국 정부의 디지털화, 신속한 대국민 서비스는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런데 왜 한국인은 정부에 실망하고 있을까?
그것은 한국인의 잣대가 세계에서 가장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문맹율 0%의 한국인은 모든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새로운 정보를 매일 수집하고 평가한다. 정보를 교환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도 다양하여 국민 상호 간에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를 교환하고, 다른 사람이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늘 듣게 된다.
그렇기에 높은 효율성을 자랑하는 정부이지만, 국민의 잣대는 더 높고 더 빨리 변하기에, 국민이 정부에 주는 평가는 박할 수 밖에 없다. 국민의 기대치를 늘 못 맞추는 정부에, 국민은 늘 실망할 수 밖에 없다. 그럼 앞으로는 국민의 만족도는 더 높아질까?
글쎄, 더 어렵지 않을까 한다. 왜냐하면 지금의 추세로 보면 세계는 정치·경제·국방·사회 그리고 환경 등 모든 면에서 더 많은 위기에 처해있다. 그리고 아주 촘촘하게 엮여진 세계화로 인하여 우크라이나에서 일어진 전쟁이, 멕시코 만 앞의 바다에서 생기는 엘니뇨 현상이,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화산이, 중국 변방의 공장에서 만들어낸 미세먼지가, 미국의 중견 은행의 파산이 한국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아예 없거나, 설령 뭔가를 하려고 해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을 설득 못하는 등으로 실효력있게 추진한 적도 기억에 가물가물하다. 글로벌 정치·경제 위기는 잦고, 그에 따른 한국의 불안함도 높아가지만, 정부의 대응력은 갈수록 떨어져 보인다.
그렇게 될 이유는 무척 많다. 우선 정부의 재정적 여력이 많이 줄었다. 정부 부채를 더 이상 늘리기 어려운 지경이기 때문이다. 이미 웬만한 부서의 예산과 맞먹는 정도의 이자를 예산에서 감당해야 한다. 게다가 분열된 정치는 거의 모든 현안에서 좌파와 우파가 갈라져서 싸운다. 미-중 무역전쟁과 같이 글로벌 지정학도 국제 외교는 물론 국내 경제·국방 등의 독자적인 계획의 수립과 실행을 어렵게 한다.
이외에도 더 많은 이유들로 인하여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과 재정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지만, 한국에서 유독 심하게 보인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은 모든 사람이 알게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은 공산당원 극히 일부만 실감하지만, 어쨌든 현재 글로벌 정치·경제 체제에 머물러 있는 나라들의 공통적인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선전·선동에 약한 국민은 양극단을 지키며, 실제 그 나라가 처한 상황에는 눈감으며 이상주의적 원론만 SNS를 이용해 퍼뜨리고 있다.
더 많아지고 깊어지는 글로벌 위기에, 더 떨어지는 권위와 정책 수단 그리고 선전·선동에 약한 국민이 어우러져 정부의 정책 실행은 거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인간은 늘 발전한다는 신화도 이제는 믿기 어렵게 되었다. 세계는, 한국은 극복할 수 있을까? 이런 관점에 기반한 글로벌 경제 분석서 <초강달러시대, 돈의 흐름>을 참고하시라. 홍재화 필맥스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