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재계에 따르면 경영활동을 위축을 이유로 상속세 폐지론 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번 지분 증여가 재벌들의 적법 절차를 통한 지분 승계의 시작을 알리는 첫 신호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에 이어 이명희 회장까지 2세로의 지분 증여를 마무리하면 대략 1조원대의 세금을 내게 되는데 이는 증여 및 상속세를 통틀어 사상 최고 액수다.
따라서 앞으로 신세계 보다 덩치가 크거나 비슷한 규모의 재벌기업들이 경영권이나 지분을 승계할 경우 이번 증여를 선례로 삼아 '정공법'을 구사할 수 밖에 없다는게 재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올해만해도 세금 등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편법이 섞인 묘수를 동원해 경영권 승계 작업을 벌이다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 및 검찰 수사에 가로막힌 사례들이 다수 공론화됐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4월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사장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그룹 지배구조의 한 축인 기아차 지분을 늘리려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정 사장이 정 회장의 보유지분을 증여받으려면 50%에 달하는 증여세를 내야하는데 이 경우 현금을 마련하지 않는 한 지분의 절반을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신세계 오너일가의 지분 증여를 계기로 앞으로 정 회장 부자가 어떤 행로를 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그룹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통한 '세금없는 경영권 대물림'계획을 통해 이건희 회장이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를 비롯한 자녀들에게 값싸게 경영권을 물려주는데 성공한 듯 보였으나 역시 시민단체의 반발과 검찰수사, X-파일 사건 등 잇따른 악재로 발목을 잡힌 바 있다.
이 회장 일가는 이번 증여가 손아랫 누이인 이명희 회장 부부 주도로 진행됐기 때문에 향후 지분 승계 과정에서 동생과 비교대상이 되는 부담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당한 증여세를 내고 지분이나 경영권을 물려주는 정공법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증여세율을 내려주는 등의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이번 증여 및 증여세 납부 문제와 관련해 "법에 따라 증여세를 내는 것은 당연하나 지나치게 많은 세금은 기업인의 의욕과 활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발표를 계기로 외국사례 등을 참고해 증여 및 상속세제 중 고쳐야 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외국에 비해 상속 및 증여세율이 과다하게 높아 기업경영과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 아니라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낮추고 자본이득세를 도입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한국도 상속 및 증여세제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의의 다른 관계자는 "사전 상속이라고 볼 수 있는 증여는 젊은 경영인의 사기를 높여서 경영을 활성화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기업인들이 떳떳하게 세금을 내고 증여하는 분위기를 촉진하는 차원에서 증여세율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세계 정용진 부사장의 광주 신세계 지분 편법 취득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참여연대 이상민 조세개혁센터 간사는 "신세계가 정당한 증여세를 내고 지분을 증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참여연대가 광주신세계 유상증자와 관련해 정용진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같은 행동은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게 아닌지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간사는 "신세계의 행위는 삼성그룹이 8천억원을 기부하고 현대차그룹이 1조원을 기부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사회여론을 호도시켜 검찰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이 아닌지 생각이 든다"며 "우리 단체는 이번 일이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