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전문가, "차명계좌…증여의사 못 밝히면 과세 못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 후보자가 두 자녀에게 수천만원씩을 증여하고도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 진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전 후보자가 자녀에게 정보통신부와 현대증권 예금에 총7100만원의 예금을 했던 사실을 문제 삼았다.
이와 관련 전 후보는 "학자금 마련에 대비해 자녀 명의의 계좌에 조금씩 돈을 넣어 관리하다가 계좌관리가 불편해 2002년 다시 본인의 계좌로 돌렸으며, 확정적인 증여 의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면서 세금문제는 봉합됐다.
주 의원 측은 이어 전 후보자가 미성년자인 자녀 명의 차세대통장에 수천만원의 입금된 사실을 들춰내고, 이에 대한 탈세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장남 명의로 입금된 돈은 올초 장남이 주택을 사들이는데 사용됐으며, 장녀 명의 예금과 관련해서도 장녀가 돈을 빼내 다른 통장을 만들었다는 것이 주 의원 측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조세전문가들이 말하는 전 후보자에 대한 탈세의혹의 진실은 뭘까. 조세전문가들은 전 후보자 자녀명의의 차세대통장과 관련해선 탈세의혹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정통부와 현대증권 통장과 관련해선 "전 후보자가 예금을 아들 명의로 해 놓은 뒤, 뒤늦게 자신의 명의로 돌려놓은 것은 차명계좌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주식이나 부동산의 경우는 '명의신탁 증여의제'라는 규정 때문에 자신의 자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돌리고 등기나 등록을 할 경우 등기·등록행위 자체를 증여행위로 간주해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차명계좌 문제는 전혀 다른 각도로 봐야한다는 것이 조세전문가들의 일치된 주장이다. 자신의 돈을 다른 사람명의로 예금할 경우 명의신탁과는 달리 예금자체로는 증여가 안되며, 확정적인 증여의사가 따라야 증여로 볼 수 있다는 것.
금융실명제를 실시하면서 차명계좌를 허용해 준 것이 되레 증여세는 물론 종합소득세 탈세수단으로 악용되기 때문에 입법보완이 시급하다는 내용은 이미 조세일보 5월 3일자 '차명계좌 때문에 증여세는 커녕 종소세도 못물린다'는 기사로 고발된 바 있다.
당시 국세청에 따르면 힘겨운 자금추적조사를 거쳐 다른 사람의 명의로 돼있는 계좌의 예금을 증여한 것으로 보고 예금주에게 증여세를 부과할 경우, 이름을 빌려준 사람이 "차명계좌를 이용했을 뿐 실제는 내 돈"이라고 주장하면 사실상 과세할 방법이 없다.
이와 관련 국세청은 "전 후보자의 경우 자녀가 자신의 명의로 된 통장에서 돈을 빼내 자신의 뜻대로 사용한 정황을 포착하지 못하는 한 증여세 탈세로 과세할 수 없다"며 "자녀가 돈을 빼내 개인용도로 사용했다면 세금을 내야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