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바뀌자 기획재정부는 접대비실명제 폐지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급기야 2008년 12월 18일 기획재정부는 접대비 실명제를 2009년부터 폐지하는 업무추진계획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폐지 이유로는 기업의 영업활동 규제를 완화하고 소액분할 결제와 기업 간 카드 교환 사용 등 변칙 운용으로 부작용에 비해 효과가 적다는 것이었다. 바람직한 성과들이 나타나면서 다수 국민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접대비실명제 시행에 대해 긍정적이었음에도 경제 살리기를 이유로 기획재정부가 폐지에 앞장선 것이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정의와 공정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임기 중에 경제만 활성화되면 된다는 편협된 사고를 보였다. 경기를 살린다는 명분하에 고액재산가, 고소득자, 대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감세를 단행하면서 접대비실명제까지 폐지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1월 28일 법인세법 시행령 제42조의 2(접대비 관련 지출 증빙 등)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근거 규정이 삭제되면서 접대비 실명제에 관한 국세청 고시도 시행 5년 만에 폐지되고 말았다.
이는 경제 위기를 맞아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기업들에게 접대를 권장하는 한심한 정책으로서 투명하고 건강한 사회를 포기하고 접대 공화국으로 회귀하자는 잘못된 정책이었다. 또한 접대비실명제란 그들의 주장처럼 기업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접대비의 사용내역을 회계적으로 기록하라는 지극히 당연한 요구일 뿐이었다.
또한 접대비실명제가 정착되면 기업의 탈세를 막을 수 있음은 물론, 기업 지출의 낭비가 없어지고 거래 관행도 투명해져 오히려 경제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우리 사회의 건강성도 확대된다. 선진국의 기업문화와 접대비에 대한 조세정책만 봐도 투명경영과 건전한 소비문화 정착이 진정한 기업과 경제의 살리기가 될 수 있음을 그들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런 결정을 해야만 했는지 지금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8. 접대비실명제 5년 시행 효과
접대비실명제는 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시행되었지만 경제계는 물론 공직사회 등 우리 사회 전반에 빠르게 새로운 접대문화와 사회기풍을 정착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남겼다.
우선 세법상 인정되는 접대비 증가율이 크게 감소했다. 접대비 실명제 이전인 1999년부터 2003년까지 4년간 기업의 접대비 지출이 약 82%(2.8조→5.1조) 증가한 반면, 2003년부터 2007년까지는 25%(5.1조→6.4조)만 증가했다. 더 긍정적인 효과는 접대문화가 건전한 모습으로 빠르게 전환됐다. 룸살롱 등의 향락업소에서의 고액 접대가 일반음식점 등의 실속형 업무 접대나 문화 접대(공연관람권 등)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업의 윤리경영이 확산되면서 기업주나 임직원 등이 개인적으로 쓴 비용을 법인의 비용으로 변칙 처리하는 관행이 전반적으로 축소됐다. 과거 일부에서 접대비를 생활비로 쓰거나 비자금 조성 수단으로 이용했으나 이러한 폐단들이 줄어들고 사회 전반의 투명성 제고에 기여했다.
접대비실명제는 영리법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것이지만, 이를 계기로 공직사회 등 공공부문에서도 건당 50만 원 이상의 업무추진비는 상대방을 밝히도록 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기획예산처는 2004년도 세출예산 집행지침에서 업무추진비를 집행할 경우 집행목적·일시·장소·집행대상 등을 증빙서류에 기재하여 사용 용도를 명확히 하고, 특히 건당 5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집행할 경우에는 주된 상대방의 소속 및 성명을 반드시 기재토록 하였다.
일부에서 지적한 50만 원 미만으로 분할결제하는 등의 법인카드 편법 사용은 오랜 잘못된 관행이 정상궤도로 바뀌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일시적 현상으로 긍정적인 효과에 비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음 회에서는 접대비실명제 부활을 위한 노력들이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