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로, 中 첨단 AI 반도체 거래 시장 '지하화'

미국의 제재 영향으로 중국에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수입되지 못하는 가운데, 소량의 재고를 가진 공급업체들이 지하로 숨어들었다.

19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에서 미국산 첨단 AI 반도체를 사고파는 것이 불법은 아니나 미국의 수출 제한으로 인해 미국이나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싶지 않은 공급업체들이 사실상 지하 시장을 형성했다.

현재 중국 내에서 판매되는 첨단 반도체의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이다.

익명을 전제로 로이터와 직접 통화한 두 공급업체는 미국 엔비디아가 만든 A100 AI 반도체를 소량 공급할 수 있으며, 가격은 보통 가격의 두 배인 개당 2만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 및 무역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의 AI 및 슈퍼컴퓨팅 개발을 방해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엔비디아에 중국 본토와 홍콩에 최첨단 반도체인 A100과 최근 개발된 H100의 수출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최근 OpenAI의 챗GPT가 성공을 거둔 후 전 세계적으로 AI가 붐을 일으키면서 하이엔드 반도체, 특히 머신러닝 작업을 처리하는 데 있어 최고로 널리 알려진 엔비디아의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로이터는 홍콩과 중국 본토에 있는 10개의 공급업체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들은 소량의 A100을 쉽게 조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들은 "중국에 매우 큰 수요가 있으며, 소량의 물건 정도는 미국의 제재를 피해 가져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으로 유입되는 A100 또는 H100 반도체의 물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할 수 없다.

공급업자 가운데 한 명은 "구매자는 일반적으로 앱 개발자, 신생 기업, 연구원 또는 게이머이며, 수입이 미국의 무역 제한에 위배되기 때문에 신원을 밝히기를 거부했다"며 "여기엔 중국 지방 당국도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로이터에 성명으로 A100 또는 H1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지 않고 대신 미국 법률을 준수하는 기능이 저하 된 대체품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성명서는 "고객이 당사와 계약을 위반하고 법을 위반해 제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는 정보를 받으면 즉각적이고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상무부, 중국 국무원 정보판공실, 중국 산업부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지난 9월에 중국 기업이 대체 엔비디아 제품을 구매하지 않기로 하면 3분기 매출에서 4억 달러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공급업체들은 주로 엔비디아가 미국 대기업에 대량으로 출하한 후 시장에 유통되는 잉여 재고를 확보하거나 인도, 대만, 싱가포르 등 현지에 설립된 회사를 통해 수입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반도체를 조달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이 적기 때문에 대규모 AI 언어모델을 구축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리서치 회사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OpenAI의 GPT와 유사한 모델을 구축하려면 3만개 이상의 엔비디아 A100 반도체가 필요하다. 다만 소량으로도 복잡한 기계 학습 작업을 실행하고 기존 AI 모델을 향상할 수 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86리서치의 찰리 차이 산업 분석가는 미국이 반도체 소량 거래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크게 따라잡은 뒤, 더 큰 위협을 가할 때 엄격한 단속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