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트위터(로스토프)
바그너 용병 그룹은 러시아 정부군에 예속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지난 23일 반란에 나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요한 군사작전 중심지인 로스토프나도누를 점령하며 푸틴 정부에 심각한 위협을 가했다.
러시아 남부 군관구 사령부를 장악하고 전투기와 탱크를 거리에 배치하며 러시아 군부의 변화를 요구했던 프리고진은 자신과 그의 병사들이 기소를 면하게 해 달라는 협상을 중단한 후 갑자기 사임했다.
그는 "러시아 인의 피가 쏟아지려는 결정적 순간에 도달했다"라며 "그러한 책임감에서 군대를 돌려 캠프로 돌려보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 푸틴의 친구이자 가장 가까운 동맹인 벨라루스 대통령 루카센코의 중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궁 대변인 드미트리 S. 페스코프는 기자들에게 협상에 따라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갈 것이며 무장반란을 기도했다는 이유로 시작된 형사소송은 취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반란에 참여하지 않은 바그너 전사들은 러시아 국방부와 계약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지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전선에서의 영웅적 행위를 고려해 기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리고진이 반란의 명분으로 내세운 군사지도부의 교체에 대해서는 "그러한 인사 결정은 전적으로 최고 사령관의 영역이며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일 천하로 막을 내린 용병의 반란은 푸틴 대통령의 TV 연설로 이어졌다. 연설에서 푸틴은 무장반란은 반드시 진압하겠다며 바그너 용병들은 조국을 등 뒤에서 칼로 찌르는 반역자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인들이 러시아인들을 죽이고 형제들이 형제들을 죽이고 있다"라며 1917년부터 1922년까지 이어진 러시아 내전과 유사한 비극을 다시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뒤 "우리는 내부 배신을 포함한 모든 위협으로부터 국민과 국가를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리고진에 대해 "부풀어 오른 야망과 개인적 이익이 반역으로 이어진 결과로 의식적인 배신의 길을 선택한 자는 가장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며 반란으로 인해 사실상 민간 및 군사 기관의 업무가 마비됐다"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직접 키운 용병 그룹의 반란은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푸틴에게 닥친 가장 큰 정치적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하루에 그쳤지만, 집권 23년 차로 절대적 권력을 가진 그에게 정부 통제 밖에서 활동하는 무장 단체의 위험성을 보여 주기에 충분했다.
헬기와 도로변에 파괴된 트럭 등이 즐비하게 늘어선 상황 등에 비춰 고속도로를 따라 상당한 규모의 전투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바그너 소속 전투기들이 로스토프와 모스크바 중간 지점인 보로네즈 지역까지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고진이 반란을 일으키며 "우리는 로스토프 시를 봉쇄하고 모스크바로 진격하고 있다"라고 선언하자 푸틴 역시 TV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바그너 용병의 반란을 반드시 엄단하겠다고 맞섰다.
국방부도 성명을 내고 "바그너 전사들이 프리고진의 무모한 모험주의에 속아 넘어갔으며 당국에 투항하면 안전을 보장하겠다"라며 선무활동에 나섰다.
그간 군 수뇌부와 잦은 갈등을 일으키고 러시아 정부에 대해 공개적인 비난에 나서는 등 문제 행동을 보여왔기는 하지만 프로고진의 반란이 지나치게 돌발적, 우발적 성격이 짙었다는 지적이다.
반란이 시작되고 공개적인 선언이 있었음에도 어떠한 러시아군이나 경찰의 동조도 없었고 푸틴에게 비협조적인 고위 인사들조차 프리고진이 아닌 푸틴에 대한 공개적 지지를 표시하면서 그를 고립시켰기 때문이다.
한편 러시아의 유명 밀(군사) 블로거 즈빈추크는 "푸틴이 프리고진의 요구사항을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국방장관이나 참모총장에 대해서도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은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며 "이들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