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자료상을 근절시키기 위해 단속을 크게 강화하고 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회사외형을 키우는 '뺑뺑이 거래' 등을 통해 대규모 은행대출사기를 벌이는 등 자료상 수법이 보다 대담해지고 있다.
20일 과세당국과 금융기관들은 "최근들어 기존의 자료상 행위와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자료상 행태가 발견되고 있다"며 "이들의 특징은 조세포탈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뺑뺑이 거래를 통해 금융대출사기를 노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자료상들의 전형적 수법은 실제 매출이 없는데도 매출세금계산서를 허위로 발행하고 일정률의 수수료를 챙기는 수법을 써왔다. 계산서를 사들인 사업자도 부가가치세 환급을 통해 이익을 얻기 때문에 피해자가 없지만, 사실상 세금징수에 차질을 빚게 되는 것.
이에 따라 국세청이 자료상은 국고를 훔치는 자로 보고 사업장현지확인 강화 등 세법질서문란행위에 대한 단속을 촘촘히 하면서, 이들은 세금이라는 한정된 분야(?)에서 벗어나 신종 금융대출사기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신종 자료상들의 수법인 뺑뺑이 거래는 정상적인 사업자와의 거래를 배제하고 여러 개의 자료상 행위법인을 설립해 상호간의 허위거래를 통해 매출을 부풀리거나, 세무대리인을 매개로 자료상 그룹을 만들어 허위세금계산서를 주고받는 수법으로 매출을 부풀리는 거래.
물건을 팔고 제3자에게 같은 값으로 되사는 수법을 쓰기 때문에 '매출세액=매입세액'으로 추가부담할 부가세도 없는 데다, '매출=매입'으로 수입과 비용이 같아 추가적인 법인세나 소득세 부담도 없다.
그러면서도 매출 10억원 외형의 회사가 '뺑뺑이 거래'를 통해 10억원 짜리 거래를 5바퀴만 돌리면, 이 회사는 외형이 60억원인 회사로 부풀려지고 거래에 가담한 회사들도 건실한 회사로 탈바꿈해 금융기관의 대출을 손쉽게 받을 수 있게 된다.
실제로 국세청이 고발한 자료상에 대한 검찰수사결과 15개 업체가 지난 2001년부터 3년 동안 뺑뺑이 거래를 이용해 허위세금계산서 1583억원을 교부하고, 1632억원을 수취하는 방법으로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해 금융대출을 받는 데 사용했다.
A사 대표 이씨는 H은행으로부터 기업시설자금 명목으로 35억원을 사기대출하는가 하면, B사 대표 이씨와 오씨는 K은행과 P은행으로부터 12억9000여만원, C사는 J공단으로부터 4억8000여만원, D사는 K은행으로부터 2억원을 대출받아 챙겼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뺑뺑이 거래를 통해 부가세와 법인·소득세 부담이 늘지 않더라도, 가산세는 부담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들의 행위가 자료상행위와 다를 바 없는 만큼, 적발될 경우 가산세 추징은 물론 조세범칙범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