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스 톡스]'세리(稅吏)'는 왜 원성의 대상이었을까(?)

삭개오는 키가 작았다. 키는 작았지만 그가 차지하고 있는 직위는 그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주었다. 그의 직위는 '세리(稅吏)'. 요샛말로 하면 세무공무원이다.

삭개오는 로마의 지배하에 고통을 받고 있던 동족(同族)인 이스라엘 백성들로부터 터무니없이 많은 세금을 걷어 일정부분을 자신의 몫으로 챙기는 수법으로 부를 축적했다.

당연히 백성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모두가 그를 싫어했다. 원래 삭개오라는 이름의 뜻은 '청결'이었지만 삭개오의 이 같은 악행이 그의 이름의 뜻을 '죄인', '사기꾼'으로 격하시켰다. 저 유명한 (성경에서 전하는)'뽕나무 사건'을 계기로 삭개오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리들은 언제나 국민들에게 부담스런 존재였다. 심하게 말하면 '부패'의 전형처럼 군림(?)했다. 가까운 조선시대에는 고을의 수령 혹은 '이방(항상 염소수염을 기른 간사한 인물로 그려지곤 한다)'들이 세금징수 업무를 도맡았다.

이들의 악행도 두 말하면 잔소리일 정도. 물론 조선시대를 통틀어 모든 수령들이 혹세무민(惑世誣民)을 자행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조선사회가 혼란기와 안정기를 넘나들면서 이들 비공식 세리들의 악행은 백성들을 괴롭게 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가혹한 세금을 뜯기는 백성들이야 고통스러웠겠지만 이들은 탐욕으로 채워진 배를 퉁퉁 두들기며 나름의 태평성대를 즐겼다. 결국 민란(民亂)이 일어나 처단되는 등 몰락한 이들도 상당수였다.

시간을 현재에 맞춰보자. 현대적 개념의 세리, 즉 세무공무원들은 국민들에게 그다지 좋은 인상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현대인들이 세무공무원을 꺼려하는 것은 과거의 그것과는 다소 다른 '감정적' 요인이 많다.

어쩌면 과거 세리에 대한 거부감이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도 변하지 않고 뇌리 속에 뿌리를 내려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감시체제가 그다지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와 달리 현대는 세무공무원들의 (혹시 모를 부정을)감시하는 눈은 여기 저기 켜져 있다. 다시 말해 과거처럼 세무공무원이라는 권한남용을 통한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은 사실상 꿈꾸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세무공무원들의 행사하는 과세권의 투명성이 100% 확보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일일이 사례를 열거해 내기도 어렵지만 여전히 세무공무원들의 주도하에 벌어지는 부정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선세무서 직원이 자료상(국세청이 척결 0순위 대상으로 삼고 있는)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검찰수사를 받는 사건이 터졌다. 비단 이 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 처벌을 받는 등 비리사건이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

(물론 극히 일부의 경우이지만)세무공무원으로서의 '청렴성'은 확보하기가 그리 녹록치 않은 모양이다. 하기사 황금만능주의에 젖어있는 현시대에 눈 앞에서 흘러가는 '돈'을 보고 유혹을 느끼지 않을 성인군자(聖人君子)는 극히 드물 것이다.

세무공무원들이 연관된 비리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상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세정당국 수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뜻한 세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