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영 유가족협의회 대표직무대행 MBC라디오 인터뷰
"9명 전원일치, 현 정권 눈치 보는 '정치적인 결정'"
"행안부 장관의 포괄적인 의무 너무 좁게 해석…헌재, 국민 버렸다"
'북한이 저지른 일' 극우단체 주장 "안전 사고에 무슨 '좌우'가 있나"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청구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오후 수해를 입은 충남 청양군 인양리를 찾아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탄핵 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선고 재판에서 재판관 9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려 파면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이태원 참사 유가족 측은 9명 전원의 만장일치 기각은 전혀 예상 못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또 전원일치 기각 결정은 "헌법재판소마저 현 정권의 눈치를 보는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분노했다.
송진영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직무대행은 26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상민 장관의 탄핵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일부 예상하고 있었다"면서도 이같이 지적했다.
송 직무대행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9명 전원일치라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나, 분명히 각자의 의견이 표현되지 못했다는 의심이 든다. 분명 어딘가의 눈치를 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헌재는 전날 이 장관 탄핵 심판 사건의 선고 재판에서 "피청구인(이상민 장관)은 행정안전부의 장이므로 사회재난과 인명 피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해 국민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태원 참사는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확대된 것이 아니다"라며 "각 정부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 대응역량을 기르지 못한 점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규범적 측면에서 그 책임을 피청구인에게 돌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송 직무대행은 "헌재의 기각 결정은 행안부 장관의 포괄적인 의무를 너무 좁게 해석한 부분이 있다. 안전을 책임지는 장관이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못했고, 참사 이후에도 부적절한 발언을 일삼으며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도 못했다"며 "그 책임이 어떻게 가볍나. 헌재마저 국민을 버렸다라고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헌재가 이 장관의 사전 예방조치 의무, 사후 발언 등과 관련해 탄핵 사유가 아니라고 본 데 대해서도 "(이 장관은) 경찰과 소방을 배치했어도 막을 수 없는 참사라는 거짓말을 했다. 폼나게 사표 내고 싶다고 유가족에게 더 큰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또 "이상민 장관은 경찰국 신설 당시 정부조직법 34조를 근거로 행안부 장관은 경찰을 지휘·감독할 권한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국회 행안위 국회의원 질문에는 '지휘권이 없다'고 바꿨고 그 책임을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기각 결정 이후 대통령실에서 "거야의 탄핵소추권 남용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정쟁 프레임을 이태원 사고에 지우는 것은 옳지 않다. 국민의 안전이 어떻게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있나"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헌재 결정에 따라 이 장관이 즉각 직무에 복귀해 충남 지역을 방문한 것에 대해서도 "보이기식 행보"라고 맹비판했다.
송 직무대행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능력도 없는 무능한 사람이 무슨 수해현장을 방문해 무슨 대책을 할 수 있다고 판결이 나자마자 수해 현장을 쫓아가나"라며 "진정을 담은 행정만이 참사를 막을 수 있다. 이 장관의 행보는 다분히 보이기식 행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태원 참사는 '북한이 저지른 일'이라는 극우단체들의 주장에 "너무 가슴 아프다"며 "우리나라가 왜 좌우 논리에 의해 모든 것을 결정짓고 극과 극으로 치닫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이태원 사고는 안전에 관한 사고다. 여기에 무슨 좌우가 있고 정쟁이 있을 수 있나"라고 한탄했다.
헌재 결정이 나온 만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추진은 모순이라는 여당 측 주장에 "안전한 조치를 받지 못해 159명의 아이들이 사망했다. 그 책임은 분명 정부에 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책임자 0명,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더 진상조사 해야 하고 다시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게 의무"라고 추진 의사를 강조했다.
아울러 이상민 장관을 향해선 "사퇴하라"며 "그 자리에 있다면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희생을 당할지 모른다. 그 사람의 무능력함은 극을 찌른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