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도 M&A 가능토록 정책지원 필요"

박용린 자본연 선임연구위원 분석

"기업규모 크고, 차입금비율 낮고, 무형자산비율 높은 기업 위주"

"중소·혁신기업도 가치창출기회 살리도록 최소한의 접근성 마련"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성장해온 가운데 인수거래에 참여하는 기업이 대기업에 치중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수거래를 희망하는 중소·혁신기업의 인수재원 접근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25일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간한 '국내 M&A의 특징 분석과 시사점: 인수자 관점에서' 보고서에 의하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M&A 시장은 거래규모가 꾸준히 성장했다.

M&A는 투자기회의 기업 간 재배분을 통해 기업에 성장기회를 확보할 수단을 제공하며 경제의 역동성과 산업구조의 효율성을 높임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자본연에 따르면 국내 M&A 시장의 거래건수와 거래규모는 2010년 200건(36조1000억원)에서 2021년 367건(123조4000억원)으로 증가해 정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들어 거래건수 299건, 거래규모 56조3000억원으로 다소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기간을 살펴볼 때 꾸준한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 이어 전 세계에서 12번째로 M&A 거래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 규모 대비 M&A 거래 비중(3.0%)은 10번째다. 박 선임은 "기업규모가 클수록, 차입금비율이 낮을수록, 무형자산비율이 높을수록 인수빈도가 거의 단조적으로 증가했다"며 "외부자금조달 능력이나 충분한 재무적 자원을 갖춘 기업이 인수거래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인수거래를 희망하는 중소·혁신기업의 인수재원 확보를 지원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가치창출이 가능한 인수 기회를 보유한 잠재적 인수기업이 충분한 재무적 재원을 가지지 못했을 경우 그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최소한 인수재원에 대한 접근성이 확대돼야 한다는 이유다.

박 선임은 "국내 인수거래는 규모가 큰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중소·혁신기업의 인수거래 참여는 차입금 비중과 보유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며 "중소·혁신기업이 지분투자 유치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거나 인수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봤다.

이어 "이들 기업의 인수거래 성과는 규모가 큰 기업 대비 높을 수 있으므로 성장자본 투자를 주 목적으로 하는 정책성 투자기구를 설정·운용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며 "지분투자를 통해 중소·혁신기업에 인수재원을 공급하거나 경영자가 지분희석을 원하지 않을 경우 이들 기업이 참여하는 인수거래에 공동투자자로 매칭투자를 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박 선임은 무형자산 비중이 높은 기업에도 주목했다. 그는 "무형자산 비중이 높으며 인수재원 접근성이 제한된 기업을 대상으로 성장자본을 공급하는 지분형 인수금융 투자기구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무형자산이 많은 기업은 인수거래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무형자산은 일반적으로 담보가치가 부족해 외부자금조달이 상대적으로 어렵다"며 "이들 기업이 보유한 특허, 상표,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해 자금조달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