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답변자료로 본 權부총리 경제철학-
권오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경제정책 수장 자리에 오른지 3개월여가 지났다.
권 부총리는 취임 이후 세제개편안을 마무리짓고 최근에는 '기업환경개선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서히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9일 권 부총리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정덕구(열린우리당) 의원이 '정부와 시장의 역할', '내년 경제전망', '양극화 해소 방안', '박정희식 개발모형의 공(功)과 과(過)', '시민사회의 역할' 등 경제전반에 관한 부총리의 철학과 견해를 묻자 이에대한 답변을 제출했다.
내년 우리경제 전망과 관련 권 부총리는 "미국 등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하방요인이 있지만 국내적으로는 내수경기 흐름이 정상화되고 건설경기도 올해보다 호전돼 4% 중반 수준의 성장이 예상된다"면서 "이는 잠재 수준을 다소 하회하는 성장세이고 국제유가 등 추가적 하방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는 만큼 경제여건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시장의 역할 분담에 대해서는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경제구조가 복잡.다기화되면서 정부 역할은 직접적 개입보다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확립하는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각 부문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 우리 경제.사회가 나아갈 바를 제시하는 그랜드 디자이너(Grand Designer)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희식 개발모형의 공(功).과(過)를 묻는 질문에 권 부총리는 "박정희식 개발모형은 투입요소 주도형, 자본투자 주도형 발전단계에서는 의사결정과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여 고도성장을 이루는데 나름대로 기여했다"면서 "특히 비전 제시를 통해 국민들의 경제하려는 의지를 결집시킨 점은 앞으로도 계승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권 부총리는 "다만 종래 발전방식으로는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거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을 확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기술혁신.인력양성.부문간 균형발전을 통해 노동.자본 등 요소투입 중심의 박정희식 개발모형을 대체할 혁신주도형 성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해 그는 "현대 국가에 있어 시민사회가 의견 및 대안 제시, 감시 기능 수행 등을 통해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책임성.공정성.투명성 확보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다"면서 "그러나 시민사회가 정책에 참여한 경험이 일천해 현실성 있는 대안 마련에 부족한 점은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보완.보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의 역할 변화를 묻는 질문에 그는 "과거 정부나 현재 참여정부의 경제부총리 역할에 본질적 차이는 없지만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은 시대와 환경변화에 맞춰 변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과거 정부에서처럼 개인적인 힘이나 카리스마, 또는 예산권에 의해 뒷받침되는 부총리 역할 수행은 현 정부에서 더 이상 유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극화 시정을 위해 조세정책을 통한 소득이전과 중산층의 집중육성 중 부총리의 선택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권 부총리는 "두가지 정책방향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것이며 이것이 참여정부 동반 성장전략의 요체"라고 설명했다.
권 부총리는 "터키에 비해서도 사회복지 지출수준이 낮은 우리나라의 여건에서 사회안전망 강화는 사회통합을 유지하고 중장기적 성장기반을 다지는 측면이 있다"면서 "다만 사회안전망 확충은 직접적인 소득이전보다는 근로장려세제(EITC) 등 근로와 연계된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