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 사태로 규정하고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핵실험에 대해 한일간 인식차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9일 북한의 핵실험 성공 발표에 대해 "(북핵 문제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며 "국민들은 동요하지 말고 생업에 종사하면서 정부 노력 지켜봐주길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국민 여러분은 안보에 대해 걱정이 크시겠지만 우리나라는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도발에도 대처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를 갖추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노무현 정부든 누구든 대한민국 정부라면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정부를 믿고 안정된 일상 생활을 해달라. 안보 불감증도 곤란하지만 안보 민감증도 곤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작은 문제에 있어서도 증권시장은 민감하게 움직인다. 예상한 행동을 예상해서 증폭된 결과가 나타난다"면서 "증권시장 뿐 아니라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있어서 한국정부는 경제에 영향이 가장 적도록 차분하고 전략적으로 잘 조율된, 그러나 단호한 조치들을 취해나감으로써 실제 이상의 불안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 실시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안정을 위협하는 중대사태로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국민들과 국제사회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우리는 어떻든 북한의 공식적 발표를 중대한 사태로 규정하고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이제 모든 것을 인내하고 양보하고 북한이 어떤 일을 하든 수용하는 것은 이제는 안되는 일"이라며 "한국 정부의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급하게 독단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국내외 의견을 청취하고 조율된 조치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노 대통령은 "정부는 여야 지도자들과 사회 지도층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조율을 통해서 단호하고 냉정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내일 아침 여야 지도부를 초청해 대화를 할 것이고, 점심때는 전직 대통령을 초청해 의견을 들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핵 대응 기조에 대해 노 대통령은 "한국 정부도 이 마당에 와서 포용정책을 계속 주장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겠는가, 포용정책 효용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어렵게 됐다"며 "(포용 정책은) 궁극적으로 포기할 일은 아니지만 상황이 바뀌고 있다는 것은 객관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향후에도 평화적 해결, 대화를 통한 해결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난날처럼 모든 것을 인내하고 양보하고 북한 어떻게 하든 수용하고, 이렇게 해나갈 순 없지만 사태의 성격에 걸맞은 대응을 한국 정부는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주도해온 대북 포괄적 접근방안 기조의 변동 여부에 대해 노 대통령은 "포괄적 접근 방안은 한미간에 마련하고 중일간에도 협의를 하고 있었는데 아마 이 방안에 대한 협의는 내용이 현저히 달라질 수 밖에 없지 않겠나 이렇게 본다"면서 "아무래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포괄적 접근방안을 계속 주장해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포괄적 접근방안을 포함해서 한국이든 국제사회든 이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여러 가지 방도를 찾아가고 대책을 마련해가는 중에 하나의 옵션으로 변화돼 나갈 것이다. 변화된 상태에서 관리돼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실험 대응 기조와 관련 한일 정상간 의견차이 여부에 대해 노 대통령은 "일본 총리와 사이에서 이견은 없었다"면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점 그러나 차분하면서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 유엔과 관계 당사국간 조율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인식을 함께 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일본 내에서 핵무장론이 대두될 가능성에 대해 노 대통령은 "일본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충분히 그렇게 추론할 수 있는 일이지만 단기적으로 금방 이 방향으로까지 그렇게 빠르게 발전해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노 대통령은 "이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과 문제 해결 과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지나친 비약"이라며 "우리는 지금 현실적으로 국제적인 공감대 위에 존재하고 있는 세계의 핵질서에 대해 모두 합의하고 있다. 이 합의를 쉽사리 무너뜨릴 수 있는, 핵질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게 되는 어느 국가의 핵무장론은 단기적으로 그렇게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