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산업은행 2030 직원 '줄퇴사'...부산 이전 불안감에 

직원 평균연봉 1억원 넘지만 부산 이전 근무엔 불안감

20~23년 상반기 168명 퇴직...2030세대 직원 비율 78%

직원 평균 연봉 1억원 이상! 최고의 금융공기업! KDB산업은행이 현재 모습이다. 한때 취업준비생(취준생)들로부터 '최고의 직장'이라 평가받던 산업은행이 최근 2030 직원의 줄퇴사가 이어지고 있다. 본점의 부산 이전 추진이 본격화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4일 황운하 국회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68명의 직원이 중도 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대 이하는 68명, 30대는 64명으로 전체의 78%에 달했다.

특히 30대 직원의 중도퇴직 현황을 보면 2021년 전체 26명이던 중도퇴직자수가 2022년 상반기 14명, 하반기엔 43명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30명으로 인력 유출 속도가 늦춰지지 않고 있다. 국내 일류 기업은 물론 타 금융권과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는 높은 보수와 금융권 영향력 등으로 최고의 금융공기업으로 꼽히는 산업은행에서 이 같은 2030 직원들의 '줄퇴사'가 이어지고 있는 데는 본점이 부산으로 이전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퇴근 산은 노조와 야당 정치권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 주도의 부산이전 추진이 되고 있는 점이 도화선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산은 전체 직원은 약 3500명으로 중도퇴사자 비율은 다소 미미한 것으로 보이지만 '신의 직장'으로 평가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30 직원의 퇴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사항인 셈이다.

황 의원실은 2022년 1월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는 부산 유세 과정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을 깜짝 발표했고, 2022년 7월 윤석열 정부는 120대 국정과제에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포함시켰고, 이는 산업은행 내부 중도퇴직 러쉬가 본격화한 2022년 하반기와 그 시기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산업은행이 실시한 '한국산업은행 정책금융 역량 강화를 위한 컨설팅'에 따르면 '지역성장 중심형(완전한 기능 부산 이전)' 방식에 따라 364명의 추가 인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 점을 들어 "있는 직원도 줄퇴사 하는 상황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더 부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운하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기업금융 지원을 위해 세워진 국책은행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라고 비판하며 "노조 반대에도 소통하려는 노력 없이 부산 이전을 강행하고만 있어 조직의 현재이자 미래인 젊은 직원의 '줄퇴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산업은행의 향후 거취는 노사간 원만한 협의와 국회 논의 등을 통한 숙의과정을 통해 판단할 일"이라며 "지금껏 사측이 보인 행태로는 부산 이전에 대한 명분을 얻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우리나라 산업개발과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지난 1954년 설립됐으며, 전후 경제재건 주도, 국가 성장 동력 확보, 시장안전판 역할 수행 등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역할을 통해 산업과 국가 경제발전을 선도해왔다고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서울 여의도 본점 부산 이전 이슈가 제기되면서 산은 노조는 강하게 반대하면서 갈등이 지속적으로 심화되어 왔다.  이와 관련, 산은 노조는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향후 10년간 기관 손실이 7조원, 국가적 파급효과 손실이 1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통해 부산 이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난 7월 31일 산은 본점에서 산은 노조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박래수 한국재무학회 교수(숙명여대 경영학부)는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시 재무적 파급효과 산출' 주제발표를 통해 "부산 이전시 향후 10년간 7조39억원의 기관손실과 더불어 15조4781억원의 국가적 파급효과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수도권 대비 동남권에 절대적으로 적은 금융기관 및 기업고객, 기존 기관들과의 거래 중단 등 금융네트워크 약화, 인적 경쟁력 저하가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은이 관리하고 있는 구조조정 기업의 부도 위험 증가에 따른 부가 손실(22조156억원), 산은 손익 감소에 따른 정부배당금 지급 불가, 국제금융중심지로서 서울의 브랜드 경쟁력 훼손 등 계량화가 어려운 커다란 손실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역량 강화 방안' 주제발표에서 "산은이 운영 중인 8개 지역의 지역본부가 국가균형발전의 총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산은의 업무 목적에 지역균형발전을 명문화하고 은행 내 '지역성장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2005년부터 총 29개 금융공기업이 부산으로 이전했으나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본점 이전보다는 기능 조정을 통한 역할 수행을 강조하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