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릴린치 보고서를 통해 국내에서 100만 달러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백만장자'가 8만6천여명에 이른 것으로 분석됐지만 정작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2만3천여명에 불과해 의문을 낳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이 연 4천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을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산해 누진과세하는 제도이지만 현실적으로 공평과세.소득재분배라는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16일 시중은행 재테크 전문가들에 따르면 연 4~5%대의 정기예금 금리를 감안할 때 100만 달러(약 9억5천만원)이면 4천만원 이상 소득을 충분히 올릴 수 있지만 대부분 금융자산가들이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합법적으로 과세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세(稅) 테크' 방법이 많기 때문이다.
금융자산가들은 분리과세를 신청해 낮은 세율을 적용받거나 이자귀속 시점(만기)을 조정하는 방식 또는 연금보험ㆍ주식형 펀드 투자 등을 통해 절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종합과세의 최고 세율은 35%이지만 분리과세를 신청하면 30%의 세금만 내면 된다.
연 금융소득을 4천만원 이하로 낮추기 위해 금융상품의 이자 발생 시점을 조절하는 것도 주요 세테크 방법이다.
무엇보다 금융자산가들이 '애용'하는 방식은 장기보험이나 주식형 펀드 투자.
10년 이상 장기보험에 일시납으로 투자하면 정기예금 이상 수익을 거두면서도 보험차익은 비과세되며, 주식형 펀드의 매매차익도 종합소득 과세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세무사는 "10억 이상 금융자산이 있는 것과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며 "연 4천만원 이상 금융소득을 올린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각종 절세법이 보장돼 있는 만큼 10배 이상 격차가 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모 시중은행 PB팀장은 "실제로 20~30억대 금융자산가들은 거의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이들은 금융자산이 지나치게 많아 어쩔 수 없는 경우이거나 세테크 지식이 없는 경우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메릴린치가 컨설팅 회사인 캡제미니와 공동 발간한 '아시아태평양 연례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고액순자산보유자(HNWI: 주거지.소비재 제외한 100만 달러 이상 금융자산가)는 작년말 8만6천700여명으로 전년보다 21% 급증했다.
반면 지난 12일 재정경제부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로 신고한 인원은 2만3천184명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