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 바그너그룹 장악"…푸틴, 바그너 후계자와 대외 과시용 면담 가져

우크라이나 전선에 용병 복귀 방안 논의

소식통 "용병들 다른 민간군사기업으로 옮겨"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8일 오후 유누스베크 옙쿠로프 국방차관이 배석한 가운데 바그너그룹 창립멤버인 안드레이 트로셰프와 면담했다.

일명 '회색 머리'로 불리는 트로셰프는 체첸과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 경험을 쌓아 훈장을 다수 받은 베테랑 군인이다. 시리아 내전 사태에 러시아가 개입하자 바그너 소속으로 현지에 파견됐으며, 시리아 정권 유지에 큰 공을 세웠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면담에서 바그너그룹 용병으로 이뤄진 지원병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활동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트로셰프에게 "특수군사작전 지역에서 전투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원봉사 파견 부대가 필요하다"며 "당신은 1년 이상 전투에 참여해 왔고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선결돼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참전자에 대한 사회적 지원 방안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고도 했다.

트로셰프는 고개를 끄덕이며 푸틴 대통령의 말을 경청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다만 그가 어떤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해지지 않았다.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트로셰프가 현재 국방부에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번 면담에 대해 프리고진이 없는 바그너그룹을 크렘린이 장악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또 트로셰프와 옙쿠로프 차관이 앞으로 바그너그룹을 지휘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로이터는 해석했다. 면담에 배석한 옙쿠로프 차관이 최근 바그너그룹이 활동하고 있는 서너개 아프리카 국가들을 순방했기 때문이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와 갈등을 겪은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지난 6월 24일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가 이튿날 돌연 철수를 발표했었다. 이후 지난달 23일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하자 푸틴은 바그너 용병들에게 러시아 연방에 충성을 서약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프리고진의 부하들 다수는 이에 반대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트로셰프가 프리고진의 뒤를 이어 바그너그룹을 이끌 것을 제의한 바 있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현재 바그너 용병 중 일부는 러시아 군대에 정식 입대했고 대다수 병사들은 다른 민간군사기업(PMC)으로 옮겨갔다고 전했다. 영국 군방정보국은 이미 수백 명의 바그너 소속 용병들이 다른 부대의 일원으로 우크라이나 전장에 복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