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현금영수증전용카드 무료발급과 관련 카드제작에 필요한 부족예산을 메우기 위해 민간회사 23개의 후원을 얻은 것이 국정감사의 도마위에 올랐다.
국세청이 후원을 받은 23개 업체 중 3개 업체는 세무조사를 받거나 국세청과 세금분쟁을 벌이고 있었으며, 2개회사는 식약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거나 과징금을 받는 등 후원사로서는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16일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세청이 현금영수증카드 무료발급을 추진하면서 세무조사 중이던 포스코 등 23개사로부터 4억3000여만원을 후원 받았다"며 "징세자 對 납세자로 업무연관성이 있는 기업체 후원을 받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국세청이 23개사의 후원으로 제작·발행한 현금영수증카드는 모두437만5000매로 2006년 8월말 현재까지 발행한 카드 총량의 53.6%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23개 업체는 '참여업체 공모' 당시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거나, 세무조사를 앞두고 있던 업체도 있었다"며 "과세당국자와 납세자로서 업무연관성이 명백한 기업체로부터 금전적 도움을 받은 것은 시작부터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카드 10만장으로 1천만원을 후원한 포스코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세무조사를 받은 끝에 1700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했고, 100만장으로 1억원을 후원한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8월부터의 세무조사로 1961억원을 추징당했다는 것.
이 의원은 현대자동차와 관련 "대기업들에 대한 대대적 세무조사 방침이 예고돼 있던 시점에서 후원사로 선정됐고, 후원사로 선정된 직후 세무조사를 받았다"며 "이 회사는 2002년 이후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정몽구 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10만장으로 1천만원을 후원한 CJ도 이재현 회장이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양도세 부과와 관련해 관할 세무서를 상대로 소득세 부과취소소송을 낸 상태였다는 것이 이 의원의 주장이다.
이밖에 체리부로는 닭고기 가공비용 담합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억8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고, 한국유나이티드제약도 약효시험을 조작해 시판허가를 받았다가 식약청에 적발됐다는 것이 이 의원의 설명.
이 의원은 이와 관련 "문제를 지닌 업체를 후원사로 선정한 것은 정책추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이나 부작용을 사전예방하는 내부검증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질타했다.
세무조사 중이거나 조사직전의 대기업이 후원업체로 포함된 것은 후원업체 입장에선 국세청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당하거나, 반대로 모종의 배려가 있으리라는 기대감에서 후원을 자처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 이 의원의 주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