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광 "이스라엘 수뇌부, 당근책 주면 공격하지 않을 것 착각"
"하마스 존재 이유,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 투쟁"
"사망자 대다수 지상군 게릴라 공격 때문"
"참전국 없을 것…5차 중동전쟁 확대 안 될 것"
◆…10일(현지시간)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사진=로이터통신]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교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것과 관련해 "이스라엘이 아주 정교한 이번의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실책"이라고 했다.
성 교수는 10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도 아니고 자국 안에 있는 조그마한 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전혀 예상을 못했는가라는 정말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많이 받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성 교수는 "최강 이스라엘의 정보 분석,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 신베트 이런 기관들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스라엘 쪽에서도 지금 상당히 충격을 받아서 어떻게 된 일인지 지금 전쟁 중이라 사실 파악하기는 어렵다. 전쟁이 끝나면 이제 국정조사나 특검을 통해서 아마 파악을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스라엘 수뇌부, 군부가 하마스에 대해 너무 얕게 봤다고 지적하며 "하마스에게 당근책을 주면 하마스가 굳이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착각에 빠져 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카타르의 경제 지원을 이스라엘이 허가해서 자금이 많이 들어갔다. 가자지구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이었다.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이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서 이스라엘 내 노동을 할 수 있도록 한 몇만 명의 노동자들에게 노동 허가도 내주었다"며 "이런 식의 당근책으로 일종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햇볕정책을 편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굳이 무장 투쟁을 하지 말고 하마스도 자신들이 통치하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것에 더 방점을 두고, 잠시 동안 아니면 오랜 기간 무장 투쟁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잘못된 믿음이 이번 비극을 가져오지 않았나"고 분석했다.
성 교수는 하마스의 공격 이유에 대해 "이슬람 원리주의에 기반한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는 것이 바로 하마스의 목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 투쟁이 이 단체의 존재 이유"라며 이스라엘과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바레인과의 국교 정상화 등 전체 중동 분위기상 이스라엘을 인정하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전통적으로 오랫동안 하마스를 재정적으로, 군사적으로 지원했던 국가이기 때문에 하마스를 부추겨서 아마도 이스라엘, 사우디 관계 정상화를 방해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의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이 뚫렸다는 보도는 '오보'로 판단한다며 이스라엘 사망자가 900명 이상을 기록한 것은 하마스 로켓 공격 및 건물 붕괴가 아닌 지상군의 게릴라 공격 때문이라고 했다.
성 교수는 "지상군이 들어와서 이스라엘 남부에 있는 마을 22곳을 점령하고 거기 민간인들을 다 쏴 죽였다"며 "거기서 죽은 숫자가 400, 500명도 더 된다. 거기에 하마스 무장대원들과 교전했던 군, 경찰 죽은 사람이 몇백 명이 더 된다. 부상당한 사람이 총 지금까지 한 2천명이다. 로켓으로의 사망자는 50명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이 전쟁에 참전국은 없을 것이며, 5차 중동전쟁으로도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지금 주변에 있는 아랍 국가들은 이미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을 체결했다"며 "시리아 정부는 아직 내전이 안 끝나서 지금 내전 회복해야 되는 상황이고, 레바논은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이스라엘에 저항할 힘이 없다. 이란이 하마스를 도와주거나 헤즈볼라를 몰래 도와줄 수는 있어도 공개적으로 참전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아울러 "5차 중동전쟁은 없다"며 "4차 중동전쟁은 이집트와 시리아 국가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전쟁이었고 이건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와 비국가 단체, 하마스 혹은 헤즈볼라와의 전쟁"이라고 부연했다.
교전 사흘째인 9일까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서는 150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 침투해 수백명의 민간인을 살해하고 일부는 인질로 잡아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하마스는 데려간 인질이 100명이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마스 측은 9일(현지시간)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민간인 주택을 사전 경고 없이 공격할 때마다 민간인 인질 1명을 살해하겠다고 밝혀 이스라엘은 대대적인 군사 조치를 놓고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